세경본풀이
<전체 줄거리>
옛날 김진국 대감과 자지국 부인이 불공을 드려 딸을 얻었는데, 자청하여 낯은 자식이라 하여 ‘자청비’라 했다. 자청비는 빨래하러 갔다가 옥황 문곡성의 아들 문 도령을 만난다.
자청비는 남장을 하고 문 도령과 함께 서당에 가서 한 방에 거쳐하며 공부를 한다. 3년 뒤 옥황의 명령으로 문 도령이 서수왕 아기와 혼인하기 위해 하늘로 돌아가게 되자, 자청비는 자신이 여자라고 고백하고 문 도령과 혼인을 약속한다. 자청비는 문 도령을 기다리다 하인 정수남에게 욕을 당할 위기에 처하고 기지를 써서 정수남을 죽이지만 집에서 쫒겨난다.
자청비는 기지를 써서 서천꽃밭 황세 공간의 사위가 되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꽃으로 정수남을 되살려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집안 망칠 여자라고 다시 쫓겨나 베를 짜는 주모 할미의 수양딸이 된다.
마침 주모 할미가 서수왕 아기에게 장가가는 문 도령의 옷을 만들게 되어 문 도령이 자청비를 찾아오지만, 자청비는 오해로 문 도령과 헤어지고 결국 쫓겨난다.
자청비는 스님의 옷차림으로 떠돌다 선녀들을 만나 하늘로 올라가 문 도령과 재회하고 문 도령의 어머니가 내 준, 불 위에 칼날이 선 다리를 맨발로 건너는 시험을 통과한 뒤 문 도령과 혼인한다. 자청비는 자신이 전에 약혼한 황세공간의 딸에게 장가들게 한다. 궁궐 안 사람들이 자청비를 납치하기 위해 문 도령을 죽이자 자청비가 환생 꽃으로 살려낸다. 그리고 서천꽃밭으로 천자국의 변란을 평정한다.
자청비는 천자국에서 오곡 씨를 받아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중세경(농사의 신)이 된다. 문 도령은 상세경(농사의 신)이 되고, 정수남은 하세경(목축의 신)이 된다.
* <낱말>
세경 : 농업을 관장하는 신
본풀이 :
* 이 작품은 제주도에서 전승되는 무가의 하나이다.
* 핵심 정리
성격 : 무속적, 전기적
구성 : 기-승-전-결
제재 : 자청비의 사랑과 영웅적인 면모
주제 : 농경과 축산 내력을 설명하는 신화
의의 : 우리 나라 신화 중 가정 장편임
* 구조적 접근
기: 자청비의 출생 → 승: 문 도령과의 만남과 수학(修學) →전: 자청비와 문 도령의 사랑과 이별 및 재결합과 공업담 → 결: 자청비의 농업신 좌정
* 자청비의 성격
자청비는 남장을 하고 문 도령을 따라 나서서 동문수학하며 자신의 감정을 확인해 보는 등 적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
* 문제
1. 자청비가 여성 영웅적인 인물로 오곡의 신이 되는 것은 자청비의 적극적인 성격 때문이다. (○,×)
2. 무속 신화는 구비 문학의 일종으로 주술적 기능만 가지고 있다. (○,×)
정답 1. ○ 2. × <풀이> 주술적 기능 외에 오락적, 문화적 기능도 있다.
* 작품 해제 : 이 작품은 제주도의 서사 무가인 ‘세경본풀이’이다. ‘세경’은 농사를 주관하는 신을 뜻하고, ‘본풀이’는 신의 내력을 풀어낸다는 뜻이다. 제주도에서 큰 굿을 할 때 농사가 잘되고 가축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목적으로 구연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자청비는 농경을 관장하는 신이고, 하인으로 나오는 정수남은 목축을 관장하는 신이다. 두 신은 모두 농업과 목축업이 다 있는 제주도의 지리적 환경과 관련된 존재이다. 자청비는 여러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 신이 되는데, 우리 서사 문학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여성 영웅의 성격을 갖고 있다.
* 서사 문학에서의 변장
여성인 자청비가 남자로 변장하는 것은 후대 서사 문학에 자주 나타나는 변장 모티프의 선구이다. ‘구운몽’에서 양소유는 정경패가 미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성으로 변장한다. ‘창선감의록’에서도 남성이 여성으로, 여성이 남성으로 변장하는 내용이 나온다. 특히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성 영웅 소설에 여성이 남성으로 변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대봉전’에서 여주인공 장애황이 남자로 변장하여 과거에 급제하고 대원수가 되어 외적을 물리치는 활약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점에서 자청비가 남장을 하고 문 도령고 어울리는 내용은 우리 서사 문학에서 변장 모티프를 활용한 선구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이해와 감상
제주 무가의 하나로, 지상의 자청비와 천상의 문 도령이 우여곡절 끝에 부부가 되어 세경이라는 농경신(農耕神)으로 좌정한다는 내용이다. 자청비라는 여신을 중심으로 그녀의 일생을 설명하고 있어서 <자청비 신화>라고도 한다. 신화의 마지막에는 이 여신이 하늘에서 오곡종자를 가지고 음력 칠월 열나흗날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전하는 만큼 농경기원신화적 면모를 보이며, 자청비네 집의 종으로 그려져 있는 정수남은 나중에 우마(牛馬)관장신이 된다. 자청비는 오곡과 메밀씨를 전해 주는 문화 영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성신의 사랑과 영웅적인 면모가 나오므로 여성 영웅 신화로도 볼 수 있다.
* 서사 무가
무당이 굿을 하면서 부른 노래 가운데 무속신의 이야기로 ‘본풀이(신의 내력에 대해서 들려줌)’라고도 한다. 무속 의식에서 구연(口演)되므로 무속신화이며, 반주에 맞추어 노래로 사연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구비(口碑) 서사시이다.
◈ 심화 학습
<세경본풀이> 서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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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혈통 |
천하의 부자 김진국 대감과 조진국 부인의 딸로 태어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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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탄생 |
부모가 자청하여 태어났으며 시주가 백근이 되지 않아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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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능력 |
문 도령과의 만남 이후 계속되는 지혜로움으로 상황을 극복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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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되거나 위기 봉착 |
겁탈하려는 장수남이를 죽이고 부모에게 사연을 말하자 자청비를 내쫓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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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
붕새를 잡고 꽃감관 황세곤간의 막내사위가 되고, 서천꽃밭에서 꽃을 구해 장수남이를 살려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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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위기에 처함 |
다시 집에서 쫓겨나고, 주모할망으로부터 조신하지 못하다며 쫓겨나 중이 되어 다니다가, 문 도령을 다시 만나지만 그 부모가 반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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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후 승리 |
며느리 시험을 통과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변란이 발생하자 자청비가 난을 제압하고 돌아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세경신으로 좌정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