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쪼록 적으세요. 이런 건 국가가 공인하는 교육기관에선 절대 안 가르쳐주는 {이면의 지식}이나까요. 이런 지식 습득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당신들 생애에 두번 다시 없을 지도 모릅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실상 정말 전쟁 나면 단지 이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바로 당신들의 목숨을 건지게 해줍니다. 평상시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평상시 별로 알 필요가 없어 놔뒀다는 건 천지 차이죠.
이것을 모르고 살고 싶으면 상관없지만, 실제 전쟁 나면 간단한 거 하나를 알고 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이 바로 {생과 사를 구별하는 경계}가 되니 알아서 하세요.]
1. 우선 소도시나 농촌에 산다면 얼른 피난가라. 그러나 대도시에 사는 자들은 피난가지 말고 되려 지하실 같은 데로 피하고 집을 밀폐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대도시는 나가는 데가 한정이 있으므로, 괜히 빠져나가려 했다가는 되려 밟히거나 치고 밀려 전쟁터보다 더 위험해진다. 실제 월남 사이공 함락 때도 이러다가 전쟁터에서보다 더 많이 죽었다. )
2. 전쟁 났다고 당황해서 절대 길거리엔 나가지 마라. 특히 젊은 사람들은...
(전쟁 나면 이 나라나 일본같은 나라는 저희들 권익을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은 아무나 막 잡아서 다리허리를 쓸 수 있다면 군대로 보낸다. 여자들도 간호병으로 끌어간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이 전쟁시에 백주 길거리에 나간다는 건 [날 잡아서 총알방이로 써주쇼] 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절대 집밖에 나가면 안된다. 전쟁 나면 이 나라 공무원들은 모두 인간사냥꾼이 되니까 공무원과는 가급적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게 좋다.)
3. 상황이 허락한다면, 돈을 모두 식량이나 보석같은 부피가 작으면서 가치가 있는 물건이나 없으면 안되는 물건으로 바꿔둬라.
(만약 나라가 망하면 돈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설혹 안 그런다 쳐도 군수물자를 대노라 모자라게 되는 물자 때문에 돈가치는 폭락해 역시 휴지나 다름없게 된다. 전쟁시엔 인플레가 심해진다. 어느 나라도 예외가 없으니까 절대 돈은 가지면 안된다. 그리고 전쟁시엔 물물교환이 더 일상적으로 행해진다. 돈이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4. 피난간다면 부동산은 과감히 포기하라.
(집이나 땅이 아깝다고 가만히 눌러 있다간 죽기 십상이다. 부동산은 갖고 튈 수 없다. 그리고 피난갈 정도의 상황이 된다면, 죽음의 초대장인 징집영장도 날아올 것이다. 그때 집에 없어야 그걸 피할 수 있다. 과감히 포기해라. 그리고 나중에 돌아올 수 있으면 그때 되찾으면 그만이다. 이 나라나 일본 법률에 부동산은 15년 이내엔 언제건 상환소송을 하면 되찾을 수 있다.)
5. 전쟁 났다면 그 즉시 수도물을 집안에 있는 통이란 통은 다 동원해서 받아둬라.
(불과 몇 시간 안에 식수가 다 끊길 게 뻔하다. 폭격 맞을 우려도 있고 설혹 안 그런다 쳐도 시내가 수도파이프가 커져 물바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 당국에서 끊는다.)
6. 남이 먼저 피난갔다면 바로 그 집에 들어가 값진 것은 모두 훔쳐라. 그리고, 자기가 그 집 주인인양 눌러앉아라.
(피난간 사람은 여긴해서 돌아오지 못한다. 죽는 경우도 많고, 한번 이사가 버리면 거기서 붙박혀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조차 그냥 그대로 집에 눌러앉아 버리면 그대로 제 집이 되는 수도 있다.)
7. 피난 못간 사람은 집안에 눌러붙어, 누가 와도 절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문 열어주지 마라.
(문 여는 순간, 인간사냥을 나온 관리들에게 잡혀 자신은 사실 징집 열외대상자인데 불구하고 무작정 죽음의 전쟁터로 잡혀가는 수도 있으니까. 한국북한도 한국전쟁 당시 이런 방법으로 모자라는 군병을 끌어모았다. )
8. 징집대상자는 징집영장 나오기 전에, 재빨리 피난가거나 가능한 바로 집에서 도망쳐 산에서 토굴이라도 파고 숨어라.
(나중에 저는 미리 피난가서 나온 줄 몰랐다고 전후에 변명하면 그 뿐이다. 하기는 온통 시체만 즐비한 전쟁 난장판 중에 그따위 병역기피자나 신경쓰고 잡으려는 여유 가진 공무원도 없겠지만 말이다. 실제 한국전쟁 시에도 징집기피자가 전후에 처벌된 선례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안된다.
더구나 최악의 경우엔 만약 적이 이기게 되는 경우엔 군인이 제일 먼저 총살당하거나 혹은 추방당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전쟁통에 군인은 이기건 지건 제일 가는 봉이다. 절대 알량한 애국심으로 군인이 자진해서 되면 안된다.)
9. 평소에 방독면이나 우비, 물에 뜨는 옷 등 생화학병기로부터 피할 수 있는 장비를 집에 상비해두고, 식량도 보통 한두달 정도의 것은 상비해둬야 한다. 가난하고 거추장스러워도 이래야 한다. 새 식품을 비상용으로 장비해두고, 그 비상용을 꺼내 먹으면서 계속 평소에 비축물자의 회전을 해둬야 한다.
(전쟁 통에 가난한 사람들이 더 잘 죽는 것도 이런 이유다. 돈이 없으니까 방독면이나 우비를 살 돈도 없지만, 식량도 그때그때 사서 먹는 건 가난한 사람일까? 부자일까? 가난한 자는 결국 여축(쌓아둔 물자)이 없으니까 전쟁 나도 제일 빨리 죽는다.)
10. 피난가면 절대 도시로 가면 안된다.
(도시엔 금방 [인간사냥꾼(징집할 인간 잡는 자)들이 나타나 싹 잡아갈 것이고, 무엇보다 도시엔 그렇잖아도 먹을 입이 많은데, 전쟁통에 더 밀려들면 생존경쟁으로 굶어죽기 딱 알맞기 때문이다. 농촌에 피난가야 여차하면 남의 곡식을 밤마다 막 베어가서 훔쳐라도 먹을 수 있고, 또 운이 좋으면 요즘엔 빈 집이 많으니까 거처도 마련할 수 있다. 인간사냥꾼들도 이런 데는 인구가 적으므로 수지가 안 맞아 여간해선 오질 않는다. 그리고 오더라도 원래 주민등록을 안한 피난민이니까 얼른 숨어버리면 본시 없는 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