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보내며
우석환
11월의 마지막 날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세월의 바람에 떤다
푸른 꿈을 키우며
꽃 피우고 열매 맺던 지난 세월
길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처럼
부서지고 사그라진다
따사한 햇살 아래 꽃 피우던 봄날
싱그럽던 여름 바다
온 산야를 활활 태우던 단풍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에
그리움으로 쌓인다
못다 나눈 아름다운 사랑
이루지 못한 미련을
이제 겹겹이 걸어본다
마른 나뭇가지에
애착을 버리지 못한 나뭇잎처럼
허전하고 외로운 날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또, 한 해가 가고 나면
세월 앞에 아쉬움과 그리움만 쌓인다
흩뿌리는 가을비에 마음을 적시며
이리저리 날리는 낙엽에
텅 빈 가슴을 묻어본다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건너가는 달입니다. 그래서 11월이 되면 늦게까지 지지 않고 있던 마지막 단풍도 낙엽이 되어 흩어집니다. 11월은 한 해가 저무는 직전의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11월은 허전함도 아쉬움도 쓸쓸함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우석환 시인은 꽃 피는 봄날과 싱그러운 여름날의 바다와 산야를 태우던 가을날의 단풍이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에/그리움으로 쌓인다”고 노래했습니다. 11월은 내다보는 시간이 아니라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지난날은 허전하기도 하고, 외로운 날들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쉬움과 그리움의 날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11월, 시인은 “흩뿌리는 가을비에 마음을 적시며/이리저리 날리는 낙엽에/텅 빈 가슴을 묻어본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11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