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와 명상

시인부락 시인과 시읽기(269)

작성자본이|작성시간26.06.19|조회수40 목록 댓글 1

낮달 같은 사랑

                              박미애

 

 

 

언제쯤 나는 바람의 방향을 만날 수 있을까

 

저 먼 산 어스름 태양 뜰 때

보여도 보이지 않는

 

연 하늘빛 저고리와 홍색 치마가

춤을 추는 듯 펄렁여도 보일 듯 말듯

 

욕망이 뒤엉켜 아린 손가락 끝으로 갈꽃 피어나는 날에는

묻어두었던 기억 끄집어내듯

 

들큰한 그리움은 종일 나의 발목을 잡는다

메멘토의 거꾸로 가는 시간처럼

 

휘몰아가는 물목은 흐린 얼굴 하나 바람 속에 묻어 버렸다

나는 지금 혹독한 고독 위에 있다

 

어쩌자고 이 훤한 대낮에 만난 사랑

하얀 낮달 같은 사랑

 

 

 

 

 

박미애 시인의 시, 「낮달 같은 사랑」을 읽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낮달 같은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요. 시와 관계없이 ‘낮달’을 통해 그 사랑의 정체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낮달’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구름에 가리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달 자체가 흐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달은 분명히 원래의 모습으로 있지만 하늘의 여러 환경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존재가 ‘낮달’입니다.

그렇다면 ‘낮달 같은 사랑’은 ‘사랑’하지만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드러나지 않는 사랑임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사랑’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습니다. 마치 낮달이 보이지 않는 것과 무관하게 달, 그 자체로 하늘에 떠 있듯이.

시인은 이런 사랑을 “저 먼 산 어스름 태양 뜰 때/보여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연 하늘빛 저고리와 홍색 치마가/춤을 추는 듯 펄렁여도 보일 듯 말듯”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랑일수록 더더욱 간절합니다. 사랑의 속성은 미완일수록 더욱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애처롭기도 하지요. 그런 사랑은 끝내 그리움으로 이어집니다. “들큰한 그리움은 종일 나의 발목을” 잡는 것입니다. 결국 “휘몰아가는 물목은 흐린 얼굴 하나 바람 속에 묻어 버”립니다. 그러고 나면 “나는 지금 혹독한 고독”과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고독을 낳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이 있기에 나를 확인하고 나의 존재 의미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가람 이춘덕 | 작성시간 23분 전 new 사랑
    종류가 하도 많아서...
    우짜쓰까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