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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문 수집

[스크랩] 시, <여름밤의 아다지오>

작성자청담|작성시간26.06.22|조회수0 목록 댓글 0

시, <여름밤의 아다지오>

 

시, 여름밤의 아다지오

 

폭염의 정염이 달궈놓은 대지 위로

배롱나무 붉은 꽃잎이 피멍처럼 번지는 저녁

무궁화는 차마 다 못한 말을 접어 갈무리한다.

 

능소화 늘어진 담장 너머 해바라기 고개 숙이고

나팔꽃은 서둘러 생을 오므리는데

맥문동 보랏빛 그림자도 지친 발등을 덮는다.

 

칡꽃 향기 짙던 산기슭,

억새는 이미 은빛 예고를 하며

뜨거웠던 열기를 가을의 결실로 치환하려 하지만

기상 이변의 대지는 여전히 끓어오르는 난조亂調

 

비바체로 몰아치던 계절의 속도는 어디로 갔나

숨 가쁜 가락은 꺾이고, 절룩이는 박자 위로

여름밤의 아다지오가 낮게 깔린다

 

교향곡 4악장의 끝자락, 마침내 도달한 애조哀調

이 폭염의 끝은 찬란한 결실일까, 서글픈 퇴장일까

느릿한 선율 속에 여름은 비로소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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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문화와 문학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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