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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니아들만 가는 일본 신주쿠의 와인바

작성자매니저|작성시간12.03.08|조회수198 목록 댓글 2

 

비가 주룩주룩 내리다 못해 완전 콸콸 퍼붓고 있었죠. 저녁을 두끼나 먹어서 배가 빵빵한 상태였지만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 일본의 낯선 와인바에 가보고 싶은 호기심...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WINE'이라고 적힌 간판을 찾으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녔죠. 11시쯤 돼서 인지 문을 많이 닫았더라구요. 가보려고 미리 체크해 놓은 와인바들은 10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구요. 한시간 정도 헤맸습니다. 하나 있긴 하더군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들어가니까 다들 잔으로 시켜서 마시더군요. 리스트를 받았습니다. 뜨악. 완전 책 한권 두께이긴 한데 정말 비싼 와인밖에 없었습니다. 수십만원대부터 시작하더군요. 특급 와인들이 빈티지별로 좌악 모여있는 점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어디 마실 수가 있어야지요. 가게 곳곳에 진열된 빈병이나, 주인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와인메이커들과 찍은 사진들을 보니 보통 가게는 아닌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도...갑작스레 찾은 이 곳에서 백만원짜리 와인을 낼름 마실 수는 없는 거잖아요?  

 

 

겨우겨우 찾아냈습니다. 소믈리에가 살짝 비웃는 것 처럼 느껴졌는데, 자격지심일까요. 왼쪽의 스파클링부터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 트레비소 지역 코넬리아노 마을과 바르도비아데네 마을에서 프로세코 품종을 원료로 생산하는 스푸만테입니다. 매우 드라이하죠. 단맛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없는 것 같더라구요. 한화로 7만원 정도 받았었는데, 그닥 만족스럽지는 않더군요. 그냥 그냥 마실만 한 정도였습니다. 낯선 와인을 만나는 설레임은 좋았구요.

 

 

전 기포가 바글바글 쌓이는 게 좋은데 잔을 눕혀서 따르더군요. 말이 안통하니까 가만히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소믈리에가 말시키는 걸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시원하게 한 잔 마시면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바에 앉은 연인들은 그리도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더니 나갈때는 각자 돈을 내더군요. 오히려 그런 데이트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천장에 와인 병을 올려두었습니다. 귀한 와인의 빈병들이었죠. 벽에는 주인과 와인메이커들의 기념사진이 있었구요. 그냥 편하게 한잔 마시는 곳이라기 보다는 매니어들이 와서 레어 아이템을 한잔씩 마셔보는 그런 바인 듯 했습니다. 엄청 비싼 와인이나 샴페인들도 다 잔으로 판매하더라구요. 그런 건 제 스타일은 아닌데, 한 모금을 마셔도 이름있는 와인 경험하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할 만 한 곳입니다.

 

 

메론 있냐고 했더니 요만큼 갖다 주면서 2만원 받습디다. 한 마디 하고 싶죠. "이건 ?미?" 당도가 높긴 했지만 누구 코에 갖다 붙이라고. 나오자마자 가장 맛있는 제일 가운데 부분을 콕 집어서 입으로 갖다 넣는 동생은 더 얄미웠구요.

 

 

하몽입니다. 완전 하드코어 하몽이죠. 한국에서는 잘 보기 힘들 정도로 기름이 많습니다. 일본사람들이 기름 부분을 좋아하잖아요. 비위가 살짝 상하려고 하네요. 이것도 3만원 정도였습니다. 레드와인이 필요한 시점이죠.

 

 

특이한 거 한번 마셔보려고요. 올트레포 파베제라고 롬바르디아 지방, 파베아 지역의 보게라와 스트라디라 사이의 37개 마을에서 생산하는 와인입니다. 올트레포 파베제 로소는 포 강 너머 파비아 땅의 집이라는 뜻이죠. 1997년산인데 병에 곰팡이가 핀 건지 라벨 상태가 아주 드럽습니다. 컨셉인건지. 맛은 아주 기괴했구요. 냄새는 좋았는데 맛이 도저히 설명히 안되더군요. 한 병 다 비우느라고 애먹었습니다. 디캔팅을 해달라 할까, 고민도 했지만 말도 안통하고 귀찮아서 참았습니다. 이건 8만원 정도 받더군요. 이것도 국내에 아직 없는 듯 한데, 안들어 와도 될 것 같습니다. 라벨은 꼭 귀신같네요.

 

 

빵 몇번 더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다 영수증에 올립디다. 야.박.하.죠.

 

 

스푸만테는 아직도 기포가 올라오네요. 제대로 만들었나 봅니다.

 

 

가지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요. 안주를 계속 시키니까 일본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쟤들은 이시간에 왜저렇게 많이 먹어?' 이런 눈빛으로요. 새벽 한시가 다 돼 가고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먹던 대로 먹으려니까 호주머니 사정이 계속 걱정됐습니다. 그래도 출출해서 참을 수가 없었죠. 우린 또 안주가 있어야 술을 마시잖아요.

 

 

헉, 왕 멸치가 들어있네요. 엔초비. 접시에 덜어 썰어먹었습니다. 비위 상할까봐요. 이탈리아 보다 더 이탈리아스럽다고 해야할까요. 하여간 일본사람들 서양문화 잘 배워오는 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거 아세요. 스파게티는 이탈리아보다 일본이 더 맛있는 거.   

 

 

자기가 돈 안낸다고 웃고 있네요. 전 머릿속으로 계속 '8만원 더하기 2만원 더하기...' 이러고 있었는데 말이죠. 한국의 와인바가 그리웠습니다. 싼 와인도 많고 빵도 공짜로 더주는 홍대 와인바요. 특이하고 비싼 경험은 한번이면 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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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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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武將客/하종수 | 작성시간 12.03.09 모친과 저는 와인을 즐겨 마신답니다. 사진처럼 괜찬은 안주를 만들어 오늘저녁에 모친과 한잔 해야겠습니다. ㅎㅎ
  • 답댓글 작성자매니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09 부디 행복한 시간 꽃 피우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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