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化粧)♣♡

작성자원명화|작성시간04.10.05|조회수19 목록 댓글 0



        ♡♣ 화장(化粧)♣♡ 文 熙 鳳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아름다움(美)을 가꾸기 위해 애쓰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생각해본다. 여성들뿐이랴. 멋스러움의 극대화를 위해 매만진 머리칼에 무스를 바르고 향수를 뿌리는 청소년들을 보며 개성 창조나 아름다움의 창조는 성의 경계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아름다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윽한 향을 발산하는 국화를 보고 아름답다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갸름한 꽃대 위에 함초롬히 향을 피워 실내를 요정들의 궁전으로 꾸며주는 난을 보고 아름답다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한 차례씩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고, 세계적으로는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가 열린다.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에는 전국에서, 아니 해외에서까지 아름다움을 갖추었다고 공인(?) 받은 미녀들이 자·타천으로 모여들어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엄격한 선발과정인 여러 단계를 거쳐 진·선·미로 구분해 선발되는 미녀들이지만 나의 안목으로는 그의 뚜렷한 한계가 지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은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히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도 미의 표현 못지 않은 모양이다. 명기 황진이는, 의기 논개는 아름다움만 갖춘 미녀였을까. 외적인 아름다움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재색을 겸비하고 한시와 시조에 특재가 있었다 하는 황진이가 아니었던가. 진주성이 함락된 후 촉석루에서 왜장의 목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마음 한켠에는 나라 사랑 정신이 짙은 색으로 자리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외적인 미에 못지 않은 내적인 충실이 그들의 현재를 있게 한 것이다. 삶은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들곤 한다. 얼마 전에 들렀던 식당, 맛있다고 이름이 난 식당의 이 방 저 방에는 허리띠 풀어놓고 부지런히 배를 채우고 있는 아줌마들이 있었다. 맛있다고 먹어대기만 하던 그녀들. 그녀들처럼 그저 받아먹기만 좋아하면서 미모 가꾸기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몇십 년도 안 돼 A사, K사 제품의 여자들이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릇 가게에 진열된 그릇들을 본다. 그 중에서도 냄비를 본다. 외양에서 보여주는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만 먼 후일 그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을 내용물들을 미리 들여다본다. 탕 재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자리하고 있다. 열이 가해짐에 따라 하얀 거품을 내며 끓기 시작한다. 뚜껑을 통해 발산되는 수증기들이 내용물들을 원숙의 경지에 도달하게 한다. 완전한 먹거리로 변모시켜 놓는 냄비를 보고 우리는 무엇을 느끼게 되는가? 아름다움은 인간만이 누리는 특권은 아닌 듯 싶다. 자연의 아름다움 또한 인간 못지 않다. 황금빛 들판에서 너른 가슴 활짝 펴며 심호흡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너른 들판이 황금 물결로 넘실댄다. 가느다란 바람에 고개를 흔드는 벼이삭을 보며 사람들은 눈앞에 다가올 풍요를 그리며 새로운 희망에 젖는다. 그러나 그게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느 계절을 특히 고집할 필요가 없다. 억새꽃 만발한 가을 산등성이를 지나면서 느끼는 감흥은 어느 누구도 그에 어울리는 표현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 유채꽃 만발한 제주 평원에서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유채와 더불어 낮밤을 같이 지내고 싶어한다. 오늘의 유채가 있게 된 배경은 생각하지 못하면서도.결실의 기쁨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 아니다. 밭 갈고 씨뿌리며 수고한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기쁨이다. 충실도를 자랑하는 여러 과실들을 보며 느끼는 감상은 누구에게나 같지는 않을 것이다. 빨간 빛으로 감미(甘味), 산미(酸味)가 조화되고 향기가 좋은 사과, 생리(生梨), 이자(梨子), 쾌과(快果)라 불리는 배, 새알 같은 모양으로 빛이 붉고 맛이 달아 위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대추 등을 보며 느끼는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리라. 어려움을 당할지라도 그것을 이겨내다 보면 그로 말미암아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착해지고 성실해지고 겸손해진다. 그것이 자라 기쁨이 되고, 풍성한 행복이 된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까지는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경남 의령에 가면 붉은 비단으로 군장을 지어 입고 신출귀몰한 유격술로 왜병들을 무찌른 홍의장군 곽재우의 얼과 만난다. 예로부터 충과 효를 중시했던 고장에서 만나는 장군의 면면은 나를 내실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터전으로 자리한다. 인간은 육체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특이한 동물이다. 육체와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끊임없는 긴장과 탄력이 가미돼야 만족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권태와 색다른 것을 원하는 바람이 찾아들어 나태하게 만들고 본래의 모습에서 일탈하게 만든다. 연꽃의 양분은 하늘나라 선녀의 화장품이 아니다. 진흙이다. 열반의 원료는 도솔천의 감로수가 아니다. 번뇌에 찬 윤회다. 욕망을 묶고 가두고 발효시키면 열반이 된다. 가시밭길을 걸어보고 끓는 물에 입욕도 하며 수련한 결과가 열반에 이르도록 돕는다. 50대쯤에 이르러서의 자기 얼굴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얼마마한 노력이 경주되었던가. 자신의 몸 만들기를 위해 얼마마한 노력을 경주하였던가에 따라 얼굴의 모양이 달라지기에 하는 말일 게다. 사람들은 산과 들에 피어나는 꽃만 꽃인 줄 안다. 굳이 남녀를 가릴 필요도 없이 자신들도 다 꽃을 피우고 싶고 꽃이 되고 싶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는 데는 인색하다. 꽃이 어디서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순간순간 자기 할 일을 다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에게도 꽃을 피울 기름진 밭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노력할 일이다. 화장으로 얼굴을 가꾸지만 잘 익은 홍옥 같은 선연한 빛깔의 아름다움은 내면을 살지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일이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기고 정신은 물질을 앞선다고 했다. 외모의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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