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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스크랩] 허난설헌 규원가 원문입니다...

작성자도서편|작성시간11.07.06|조회수870 목록 댓글 3

▣ 원문

 

엊그제 점엇더니(젊었더니) 하마 어이 다 늘거니(늙었는가)

少年行樂 생각하니 일러도(말하여도) 속절없다.(아무 소용 없다.)

늙어야 설운 말삼(말씀) 하자 하니 목이 멘다.

 

父生母育 辛苦(신고)하야 이 내 몸 길러 낼 제,

公侯配匹(고귀한 사람의 배필이 됨)은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군자의 좋은 배필) 願하더니,

三生(前生,今生,來生)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의 緣分(연분-월하 노인이 맺어 준 연분)으로,

長安 遊俠(장안의 풍류객) 輕薄子(행동이 경박한 사람)를 꿈같이 만나 있어,

 

當時의 用心하기(마음쓰기) 살얼음 디디는 듯,

三五 二八(15∼6세) 겨오 지나 天然麗質(타고난 고운 얼굴과 고운 마음씨)절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하였더니,

年光이 훌훌하고 造物이 多猜(다시)하야(시기하여)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베의 올) 북(실꾸리를 넣는 나무통) 지나듯

雪빈花顔(설빈화안:고운 머리채와 아름다운 얼굴) 어데 두고 面目 可憎(가증) 되거고나.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임이 날 괼소냐?(사랑할 것인가?)

스스로 斬愧(참괴)하니(부끄러워하니) 누구를 怨望(원망)하리.

三三五五 冶遊園(야유원,기생집)에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꽃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없이 나가 있어,

白馬 金鞭(금편)으로 어데 어데 머므는고.

遠近(원근)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그쳤은들 생각이야 없을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말려무나)

열 두 때 김도 길샤(길기도 길 구나) 설흔 날 支離(지리)하다.

玉窓(옥창)에 심은 梅花 몇 번이나 피어진고?(피고 졌는가?)

 

겨울 밤 차고 찬 제 자최눈(자국 눈)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궂은 비는 므스 일고?

 

三春花柳 好時節에 景物(경물,경치)이 시름없다.

가을 달 방에 들고 실솔(귀뚜라미)이 床에 울 제

긴 한숨 지는 눈물 속절없이 헴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도로혀 풀쳐 헤니 이리하여 어이하리?

 

靑燈(청등:푸른 등)을 돌라 놓고 綠綺琴(녹기금:푸른 거문고)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좇아 섞어 타니,

瀟湘(소상:중국에 있는 강. 주1) 夜雨(야우)에 댓소래 섯도난 듯,(섞여 도는 듯)

華表(화표) 千年(주2)에 別鶴(별학)이 우니는 듯.

 

玉手의 타는 手段(수단) 옛 소래 있다마는,

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하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하여 구븨구븨 끊쳤어라.

 

차라리 잠을 들어 꿈에나 보려 하니,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무슴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오는다?

 

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막혓어도,

七月七夕 一年一度 失期(실기)치 아니커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슴 弱水(약수) 가렸관디,

오거나 가거나 消息(소식)조차 끄쳤는고?

 

欄干(난간)에 비겨 서서 님 가신 데 바라보니,

草露(초로)는 맺혀 있고 暮雲(모운)이 지나갈 제,

竹林(죽림) 프른 곳에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에 설운 사람 수 없다 하려니와,

薄命(박명)한 紅顔(홍안)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일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까닭으로) 살동말동 하여라.

 

 

▣ 현대적으로 풀은 것

 

 

젊은 때가 엊그제같더니 하마 이리 다 늙어버렸는고?

어릴적 즐겁던 일 이제와서 말한들 무엇하리.

늙은 뒤에야 서러운 사연 말하자니 목이 메네.

 

부모님이 날 낳으사 고생하여 이 몸 기르실 제,

공경 배필 아니라도 선비 배필 되길 바랬더니,

전생에 지은 업보인지, 중매들여 맺은 부부의 인연이

알고 보니 한양의 한량이요, 장안의 건달이라 

시집살이 조심하길  살얼음을 걷는듯 했네.

 

열 대여섯 살이 되고보니 꽃같은 모습 저절로 피어나,

이 얼굴 이 모습 평생 가기를 바랬더니,

세월은 살처럼 지나고 조물주마저 시기하여

세월이 북이 베틀의 베올 사이 지나가듯 

꽃다운 얼굴 어디 두고 내모습이 미워지네.

내 얼굴 내가 알거니와 어느 님이 날 사랑하리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누구를 원망하리?

여러 사람이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던가?

꽃 피고 날 저무는 봄날의 저녁에도 정처없이 나가서

호사스러운 차림으로 어디에 머물러 노시는고?

집 근처도 모르는데 님의 소식이야 어찌 더욱 알리.

 

인연을 끊었다해도 님에 대한 생각이야 없으리오?

님의 얼굴을 못 보거니 그립기나 말았으면,

하루도 길고 긴데.  한 달은 얼마나 지리한지.

 

규방 앞에 심은 매화 몇 번이나 피고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 자국 눈 섞어 내리고,

여름날 길고 긴 때 궂은 비는 무슨 일인고?

 

봄날에꽃 피고 버들잎 돋아나는 좋은 시절

아름다운 경치에도 생각없고.

가을 달 방에 들어오고 귀뚜라미 침상에서 울 제

 

긴 한숨에 지는 눈물 헛되이 생각만 많아.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돌이켜 하나하나 생각나니 이리 살아 무엇하리?

 

등불 돌려 놓고 거문고 비스듬히 안고

벽련화곡 시름겨워 타니,

소상강 밤비에 댓잎 소리 섞여 들리는 듯,

망주석에 천 년만에 찾아 온 학이 우는 듯,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 옛 가락 아직 남았건만

연꽃 무늬 휘장 친 방이 텅 비었으니 누구 귀에 들리리?

마음 속 애간장은 구비구비  끊어졌네.

 

차라리 잠에 들어 꿈에나 님 보려 하나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숲에 우는 벌레

무슨 일로 원수 되어 잠마저 깨우는고?

 

하늘 우에 견우 직녀 은하수로 막혔어도

칠월 칠석 일년마다  어김없이 만나는데,

우리 님 가신 후로 무슨 강이 놓였기에

온다 간다 소식마저 그쳤는고?

 

난간에 비껴서서 님 가신 데 바라보니,

풀 이슬은 맺혀 있고 저녁 구름 지나갈 때

대 수풀 우거진 숲에 새소리 더욱 서러워라.

 

세상에 설운 사람  많다고도 하려니와

운명이 박복한여자로야 나 같은 이 또 있으리?

아마도 이 님 때문에라도 살동말동 하여라.

 

출전 : 고금가곡(古今歌曲)

 

▣ 허난설헌의 규원가는 말하자면 怨夫歌(원부가)인셈인데 남편 김성립과의 불화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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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텔레트론 | 작성시간 11.07.06 원문 참고합니다.
  • 작성자문 무 | 작성시간 11.07.07 능지처참! 가장 참혹한 죽음이라고 합니다. 사지를 절단해 각 고을로 운송하여 여러 백성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니 말입니다. <허란설헌> ! 당시의 신여성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자유인이라고 할까요.

    그 분의 시는 지금도 간혹 통용되고 있으니...........남편과의 좋지 않은 관계가 시 문학으로 용출된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PKwon | 작성시간 11.07.19 허난설헌은 허균이 아작나기 수십년 전 자살했습니다. 그 남편 김성립도 임진왜란 중 죽었고 허균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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