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제19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 - MRI 사진에 대한 잔상 ​조용미(曺容美)

작성자목련화|작성시간26.06.17|조회수0 목록 댓글 0

MRI 사진에 대한 잔상

조용미(曺容美) 시인

 

화살나무의 작고 작은 연녹색 꽃잎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집중이 필요하다.

 

네 장,

사각형의 볼록한 꽃받침에 달팽이 뿔 같은 네 개의 수술이 돋아나 있다

코르크질 날개의 중심에 올라와 있는 초록 줄기가 내겐 왜 척수나 등뼈처럼 보이는 걸까

저 나무도 미모사처럼 신경이 살아 있다

MRI 사진에 대한 잔상 탓에 모든 것이 척추뼈와 연관되는 봄,

화살나무에 새 초록 피가 도는 것처럼 근육에 힘이 붙으려면 마음에도 새로운 질서가 필요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각각의 질서를 가진 나무의 세계와 나무가 알지 못하는 저마다의 통증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가 있어

그 사이가 뼈와 살처럼 우주적으로 멀고 가깝다 달팽이 뿔 위에서 빠르게 봄이 가고 있다

『MRI 사진에 대한 잔상 전문』

 

 

수상작은 특유의 섬세한 묘사력이 있고 시적 리듬을 갖췄고 시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구체성이 있기에 흡입력과 접근성을 충분히 가진 시였다. 여린 듯한 시이지만 시의 등뼈는 튼튼했고 시가 명징성을 가졌으나 이것은 수축과 응축이 아니라 밖으로 확산이기에 꽃잎이 펴지듯이 부드럽게 우주로 파문을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확산이란 감동의 확산이고 시의 확산이고 이미지의 확산이다. 문학적으로 시를 향유 하라는 몸짓이다. 그리고 시는 내밀화된 우주의 질서를 꼼꼼히 보여주고 있다. ‘화살나무의 작고 작은 연녹색 꽃잎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집중이 필요하다.’에서 시인의 시작법과 시를 대하는 자세가 읽을 수 있다. 시인이 가진 직시와 직관의 눈을 볼 수 있다. 작은 우주를 귀히 여기는 아름다운 마음도 읽을 수 있다. ‘화살나무에 새 초록 피가 도는 것처럼 근육에 힘이 붙으려면 마음에도 새로운 질서가 필요해’에서 질서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정으로 생기는 것이다. 마음의 질서란 부정이 없고 우주의 순리와 법칙에 따른 것이기에 불경함이 없다. 새로운 질서도 불균형이 아니라 서로의 힘을 인정하며 이루는 균형에서 오므로 『MRI 사진에 대한 잔상』이란 시에서 새로운 질서를 통한 우리의 지향점을 말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각각의 질서를 가진 나무의 세계와 나무가 알지 못하는 저마다의 통증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가 있어’ 에서 모든 사물은 저마다의 질서가 있기에 건전하게 공존하고 사람도 몸과 인간관계, 사회나 국가와의 관계에서 질서를 잃으면 통증이 올 수밖에 없으므로 화살나무의 작고 작은 연녹색 꽃잎의 질서, 달팽이 뿔 위로 봄이 가는 자연의 질서를 염두에 두고 참고하라는 뜻이 엿보인다. 시인이 말하는 질서가 있으면 세상은 충분히 살아볼 만큼 아름답다. 시인이 집중과 성찰로 얻어낸 화두인 질서가 모든 사물의 기본이고 우주의 기본이고 인간의 기본 사랑의 기본이라는 것을 격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질서가 시의 뼈대를 이루고 성실한 불사로 절을 짓듯 성실한 자세로 얻은 한 채의 시 『MRI 사진에 대한 잔상』에 다시 한번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심사위원장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김왕노)

[출처] 2026년 19회 웹진 『시인광장』 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좋은 시(Best Poem of This Year)로 조용미(曺容美) 시인의 「MRI 사진에 대한 잔상」선정|

웹진 시인광장 https://blog.naver.com/w_wonho/2240466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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