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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맛집순례

[김준의 맛과 섬] [151] 외달도 한방전복닭죽

작성자박물관|작성시간23.09.12|조회수6 목록 댓글 0

전복한방닭죽

말복도 지나고 태풍도 지나갔다. 바람 끝의 열기에 서늘함이 배어 있다. 태풍이 달갑지 않지만 가을도 함께 데리고 온 듯하다. 그렇다고 질긴 더위가 한풀에 꺾이지는 않으리라. 가을이 오고 여름은 버티는, 시작과 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팬데믹 종식 이후 처음 맞는 여름은 장마, 폭염, 태풍 등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허해졌다. 가을을 위한 몸살림이 필요하다. 예로부터 몸살림에 가장 큰 희생양은 닭이었다. 상술은 일반인의 상식을 앞서간다. 어린 닭이 먹기도 좋고 몸에 좋다며 만들어낸 ‘영계백숙’이 보통명사로 등극했다. 이런 이유로 얼마나 많은 닭들이 열악한 곳에서 사육되어 여름 보양식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이 되었던가. 시골 마당에서 보았던 닭들은 정말 사위처럼 어려운 손님이 오거나 온가족이 모이는 특별한 날만 잡았다. 닭을 잡는 날이면 어머니는 아침 일찍 솥에 물을 끓였다. 아버지는 닭을 잡고 닭발과 가슴살은 생으로 안주 삼아 술을 한잔하셨다. 그리고 가마솥에 큰 암탉을 푹 삶아 살은 발라 먹고 남은 뼈와 살을 넣고 죽을 끓였다.

 

 

전복숯불구이

외달도에서 그 맛을 불러낼 만큼 맛있는 닭죽을 만났다. 양계장이 아니라 밖에 놓아 기른 닭과 한방 약재, 전복을 넣어 푹 삶은 ‘한방전복닭죽’이다. 촌닭 한 마리에 전복이 네 개 들어가니 네 사람이 먹기 좋은 양이다. 물론 죽도 포함되어 있다. 닭과 전복은 외달도의 섬과 바다에서 기른 것이다. 주문을 하면 닭을 잡고, 바다로 전복을 따러 간다. 도심의 삼계탕처럼 냉장고에 쌓아두고 끓여 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우러나온 국물 맛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몸에 전달되는 맛이 시골집에서 먹었던 그 기억을 꺼내온다.

외달도 가는 길

외달도는 목포에서 40여 분 걸리는 섬이다. 해수풀장까지 갖추고 여름철이면 찾는 사람이 많다. 호젓한 자연 해수욕장도 있고, 숙소에서 다섯 걸음만 걸어가면 바다에 닿는 한옥집 펜션도 있다. 전라남도가 추진한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어 새 단장을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섬여행이나 효도 여행지로 좋다. 전복뿐 아니라 섬 주변 바다와 갯벌에서 잡은 농어, 우럭, 낙지도 맛볼 수 있다.

외달도 한옥펜션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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