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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노을

작성자뮤직메|작성시간26.06.22|조회수45 목록 댓글 0

노을 형무소 / 이병철

노을을 훔친 내 눈이 수의를 입는다
먼 마을에서 흔들리는 눈빛은
눈동자에 수인번호를 새긴다
수런거리는 것들은 전부 노을 너머에 있고
혼자된 사람은 누구나 죄인이다

 

‘먼 마을’과 ‘노을 너머’에 있는 ‘수런거리는 것들’ 속에 내가 들어가지 못하고 이만큼과 저만큼의 ‘거리’라는 공간적 경계에 서 있을 때가 있다. 그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기도 한 것이어서 시시때때로 느끼게 되는 외로움이란 건 필경 그 탓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해질 무렵에 그립지 않은 것이 있는가 말이다. 우리의 귀소본능 만으로도 해질 무렵이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혹은 저쪽에서 이쪽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 아니던가 말이다.

‘나’의 죄라면 ‘수런거리는 것들’을 좇아간 것뿐이다. 그것들은 전부 ‘노을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가중 처벌을 내린다면 그 또한 ‘혼자된 사람은 누구나 죄인’인 탓 정도겠으나 노을까지 훔쳤으므로 ‘나’와 ‘당신’ 유죄임을 인정하자. 그리하여 저, 노을 형무소를 향해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들어 가자. 봄날 외로움에 극형을 언도하자. -최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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