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형무소 / 이병철
노을을 훔친 내 눈이 수의를 입는다
먼 마을에서 흔들리는 눈빛은
눈동자에 수인번호를 새긴다
수런거리는 것들은 전부 노을 너머에 있고
혼자된 사람은 누구나 죄인이다
| ‘먼 마을’과 ‘노을 너머’에 있는 ‘수런거리는 것들’ 속에 내가 들어가지 못하고 이만큼과 저만큼의 ‘거리’라는 공간적 경계에 서 있을 때가 있다. 그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기도 한 것이어서 시시때때로 느끼게 되는 외로움이란 건 필경 그 탓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해질 무렵에 그립지 않은 것이 있는가 말이다. 우리의 귀소본능 만으로도 해질 무렵이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혹은 저쪽에서 이쪽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 아니던가 말이다. ‘나’의 죄라면 ‘수런거리는 것들’을 좇아간 것뿐이다. 그것들은 전부 ‘노을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가중 처벌을 내린다면 그 또한 ‘혼자된 사람은 누구나 죄인’인 탓 정도겠으나 노을까지 훔쳤으므로 ‘나’와 ‘당신’ 유죄임을 인정하자. 그리하여 저, 노을 형무소를 향해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들어 가자. 봄날 외로움에 극형을 언도하자. -최광임-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