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슬에 옭아 매인...

작성자뮤직메|작성시간26.06.15|조회수62 목록 댓글 1

저두 비 맞은 장미를 올려봅니다


장미

는 세상의 모든
장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월의 어느 모퉁이에서
한순간 눈에 쏙 들어왔지만

어느새 내 여린 살갗을
톡, 찌른 독한 가시

그 한 송이 장미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별빛보다
더 많은 눈동자들 중에

남몰래 딱, 눈이 맞아
애증(愛憎)의 열차에 합승한

그 한 여자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정연복, 1957-)



넝쿨장미 / 류제희


급소에 내리 꽂히는 햇살

일방통행이다. 그대 품속까지

경계선도, 붉은 가시철망도

보이지 않는다.


장미의 노래 / 송태한

1.

그냥 지나치렴

무심히 스쳐가는 길목에서

남모르게 서러워하지 않을

수다스런 동무들의 웃음다발이거나

입가에 맴도는 노랫말이 되어 주마

.

후략



그대는 가슴속에 장미꽃으로 피어나고 / 한휘준


그대

노을 지고 돋는 달 아래

낙엽처럼 붉은 그리움을

살짝 묻어 놓고

눈물 한 자락 남몰래 흘렸었다*

세월 흘러도

불타버린 사랑 뒤에

재가 되지못한 불씨하나 살아 있을 줄은

떠돌이 혼 사랑은

기인 밤 참을 수 없어

봄마다 하늘 가득 꽃불을 지핀다 *


후략



장미 / 이훈식


생각날 때마다

잊어버리려고

얼마나

제 가슴을 찔렸으면

가시 끝에

핏빛 울음일까?



장미 / 노현숙


작은 뜨락의 장미꽃이

유월 아침 이슬

몽글몽글한 젖가슴을

품어 안고 있습니다.

 


장미 / 정숙자


술잔을 비우고

장미로 안주하다

꽃의 독소

퍼진들 어떠랴

그것이 해롭기로니

사랑의 독보다 더할까보냐



장미의 내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어디에 이런 내부를 감싸는

외부가 있을까. 어떤 상처에

이 보드라운 아마포(亞麻布)를 올려놓는 것일까.

이 근심 모르는

활짝 핀 장미꽃의 내부 호수에는

어느 곳의 하늘이

비쳐 있을까.


후략



넝쿨장미 / 마경덕


봄볕이 등 기대고 간 담벼락, 만삭의 오월 산모들, 설핏 젖꽃판 비치더니 발그레 젖가슴 벌어진다. 휘늘어진 치맛자락 땅에 젖는다. 한나절 벽을 잡고 몸을 뒤튼, 벌겋게 달아오른 앙다문 신음소리, 미끈 불끈 양수가 터진다. 지나가던 바람이 아이를 받아낸다. 산파의 손을 찌르는 가시 탯줄, 좁은 골목에 줄줄이 아이들이 태어난다. 설익은 풋배꼽들, 투명한 햇살에 배꼽이 익는다. 배내똥 묻은 기저귀 담벼락에 널린다.

까치발을 한 젊은 여자, 장바구니에 장미 한 송이를 담아간다. 입양 가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다산(多産)으로 요란한 골목. 눈부신 출산이다.



장미 / 홍해리


빨갛게

소리치는

··.



장미 축제 / 배용제


날카로운 가시 줄기에서 뛰쳐나온 꽃들,

온갖 색의 속을 뒤집어 짙은 입술을 토해냈다

드디어 때는 왔다

마음껏 즐겨다오, 이 화사한 정열의 정원에서

가진 힘을 아낌없이 쏟아부어라

이 아름다운 때에, 신선하고 매끄러운 살갗에 장미의 색을 입혀

가시의 정액을 잉태하라

장미의 면류관이 여기선 계급의 척도가 될 것이다

내 안에서 인내의 최면에 걸려 잠자던 공포들아,

머리를 높이 쳐들고 노래하라, 가시의 날카로운 힘을 얻은 꽃들이 솟아나리니,

축제의 향기가 세상을 덮게 되리라

추억이란 박제된 환상의 표본실이거나 모든 죽음의 창고일 뿐,

짧은 장미의 나날을 재생시킬 수 없으므로

몸 속 깊이 가시의 독을 품어 익혀야 한다

생은 한 번의 꽃피움으로 족한 것,

나는 온 힘을 다해 축제의 중심을 향해 돌진한다

내 지닌 힘을 일순간에 내동댕이치듯이,

옷을 벗어던지자 빛나는 육체는 축제의 이정표가 된다

피로 맺힌 가시의 즙액이 봉우리를 이루고

봉우리가 열릴 때마다 짜릿한 향기가 퍼진다

가시가 스치는 살갗에서 붉은 장미가 피어나고, 그때마다

몸은 탄성을 지르며 나뒹군다

나는 그 놀라운 체험을 기억하기 위해 연거푸 사진을 찍는다

더 이상 내게 놀라움이란 존재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면서, 장미의 정원을 탐식한다

환상의 꽃들이 피어난 살갗에선 다시 가시가 돋아난다. 꽃으로 뒤덮인다

장미의 향기에 중독된 나는 더욱더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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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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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향기 | 작성시간 26.06.15 비맞은 장미
    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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