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김명선
그 일의 시발은 전화 한 통이었다. 왕사남 영화 덕분에 요즘 핫하다는 영월 청령포로 관광으로 다녀 왔다.
오는 길에 건천 휴게소에서 다슬기국을 먹었다. 맛나기도 하고 다음 날 국이 필요하여서 우리 여럿은 포장된 국을 사 왔다. 다음 날 같이 여행한 단톡방에서 국이 맛있다고 택배 주문이 되지 않는지 묻길래 여행사 직원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겨우 통화는 되었는데 전화 받는 식당 주인은 몹시 바쁜 듯 짜증스레 성의 없이 받는다. 그리고 나와 통화 중인데도 옆에 지시하는 말 등을 해서 수화기를 오랫동안 들고 기다렸고 결국은 여행사 직원이 번호를 잘못 가르쳐주어 다른 집인 것을 알게 되었다.
스피커폰으로 하는 전화라 옆지기는 귀를 열어서 듣고 참견을 한다.
그런 전화는 얼른 끊어버리고 사지를 말아야지 통화를 길게 하고 있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고 남편은 네가 알아서 하는 게 뭐 있냐고 계속 큰소리를 내며 언성이 높아졌다.
그 날 이후 양말을 신으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허리가 뜨끔하여서 엉거주춤 지내다 침을 맞았다. 마음도 편치를 않는데 몸도 불편하고 작은 공간에 같이 있으나 서로 그림자 보듯하며 이틀을 그렇게 지냈다. 원망과 불평은 친구처럼 같이 온다. 하루가 열흘 지나는 것처럼 길다.
목요일은 충렬사 수업이 있는 날이다. 어떤 내용일까 조바심을 내며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비가 살짝 내려서 우산을 준비했다. 내가 역사과목을 좋아해서 듣는 수업이기도 하지만 교수님이 얼마나 재미있게 말씀하시는지 늘 기대된다.
오늘 내용은 삼국지 중 관우의 의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동안 수업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여전히 새롭게 다가오고 재미있다. 옛것을 알아야 앞으로의 내 주변도 살펴 갈 수 있는 법. 새로운 시각을 넓히는 중이다.
밖으로 나오니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봄 비다. 이 비로 화려한 벚꽃이 야속하게도 다 떨어질 것이고 발길에 스치는 작은 꽃 하나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나이가 들어가며 피부에 와 닿는다.
박인수 “봄 비”~ . 이 노래를 생각하면 그때 그 시절의 내가 바로 소환되면서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즐거웠던 그리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추억하며 또 다른 기쁨, 또 다른 힘이 생긴다. 승화된 감정이다.
음악 자체가 무언가를 치유하거나 해결한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슬픔과 좌절 분노가 생길 때 음악은 똑 똑 노크를 하며 괜찮냐는 말을 조용히 건네 준다.
우산에 소리 내며 떨어지는 빗소리를 헤아려본다. 상한 감정을 빗물에 녹여보려 애를 쓰지만 마음 같지않다. 바로 집으로 가서 남편과마주 보며 밥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멀리 있다며 미리 전화를 해주지 애석해 하며 또 연락하자며 끊는다. 또 다른 지인에게 걸어보니 식사 약속이 있다고 가는 중이란다. 빗줄기가 굵어지는지 후두둑 소리를 낸다. 비가 계속 와서 충렬사 마당에 더 이상 배회 할 수는 없었다.
앞서가는 사람이 우리 아파트 지인인 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아는 얼굴이면 간단히 점심이나 먹자고 말할 참이었다. 헌데 가까이 가서 보니 아니었다.
하기 좋은 말로 사랑은 주는 것, 책임감을 갖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또 같음이 아닌 다름을 사랑 하는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얘기한다. 그러니 사소한 언쟁이 불씨가 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거다.
감사할 이유를 찾아보면 내 안의 행복 스위치가 절로 켜져 선순환을 부른다고 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결혼 몇 십 년 동안 다져진 ’전우애‘에 연마된 성숙함으로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연리지 (連理枝)의 이심 이체를 실행해 보는 거다.
완벽한 사랑과 결혼은 없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라고 하지 않는가. 혼인과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내릴 준비를 해야하는 시점의 기차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때로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심호흡을 해 본다.
터벅 터벅 걸어서 집 가까이 가니 입구에 남편이 차를 대고 있었다. 아침까지는 서로 말도 안 했는데 차에서 꺼내는 짐이 많아 다가서며 물어보니 목욕 다녀오는 길이라고 퉁명스레 답한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김밥 과일들을 사 온 모양이었다.
주로 내가 나가고 혼자 있는 날은 마트 김밥을 즐겨 사다 먹는데 모두 준비를 해두고 나가도 혼자 차려 먹기가 싫은 모양이다. 마트 직원들이 아마도 혼자 사는 줄 알 것 이라고 말하곤 한다.
요즘은 싱글이 많은 시대라서 시장이고 마트고 남자들도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김밥을 보니 혼자서 김밥 먹는 남편 모습이 연상 지어져서 갑자기 불쌍한 생각이 든다. 흰 머리가 더욱 늘었고 더 여윈 모습이다.
아내가 자주 나가니 당연한 듯 혼자 차려 먹는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별로 생각이 없었고 미안함이 없었는데 오늘 현장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옆지기가 사 온 꼬마 김밥은 네 줄이 들어있고 맛있게 보였다. 나는 일부러 말을 걸며 김밥을 나누어 먹고자 준비를 한다. 여전히 화난 듯 무표정한 남편은 식탁에 의자를 당겨 앉는다. 여기까지다.
그리고 곧 풀어질 것이다. 시간은 서서히 누군가의 시간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누가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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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약이피는곳 작성시간 26.04.30
항상 그려지며, 잘 읽고 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서로 사랑과 관심을 요구?
(그전 같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 상황이 돌출되는 거 아닐까 합니다
말씀 중에 정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풀어질 것이다.>
<누가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나.>
아무리 집안 일로 거칠어진 손이지만도
와이프 손목이 제일 부드럽고 따뜻한가 합니다(느낌으론 제가 선배?ㅎㅎ)
행복해 보이시는 외출이십니다
두 분께서 건강하시지요?
건강이 제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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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yungsun49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01 안녕하세요 작약 님 ~
오월이 열립니다 .온통 연두연두 초록초록이 눈부십니다.
서로 사랑과 관심 부족이 병 인듯하여 저녁에는 발이라도 걸어 보려고요.ㅎㅎ
언제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즐거운 봄을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