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구두

작성자린두|작성시간26.05.22|조회수112 목록 댓글 3

시인의 구두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커피한잔을 마시다 불현듯

정채봉님 생각이 난다.
이 친구 정채봉님 만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바른생활로 살아가는 친구다.

가끔 만나 반가움에 술이 몇 순배 돌아 거나해지면 ‘야, 작은 정채봉’ 라고 부르곤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채봉님이 돌아 가신지도 어느듯 25년이 지났다. 가끔은 황폐한 이 땅에서

힘들게 숨쉬고 살아가면서, 그래도 그분의 그늘에서 그가 남긴 글을 읽고 기억하면서

살고 있음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동화작가 정채봉님,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상기 시켜주는

어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같은 이야기가 아님을

명심 해야한다.

정채봉님이 도심에서 벗어난 어느 동네에 살 때의 이야기인데, 어느 날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휘청거리는 몸으로 귀가를 하는데(댁이 안산인가 뭐

그랬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전철에서 내려 논둑길을 한참 걸어야 집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날따라 유난히도 달빛이 고와 콧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기분 좋게 걸었단다.

그렇게 얼마를 걷다가 저만큼 몇 미터 앞에 있는 물꼬(논배미에 물이 넘어 흐르게

만들어 놓은 어귀)에서 무엇인가 번뜩거리며 움직이는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조급하게 뛰어가 보니 손가락만한 붕어 두어 마리가 깊지도 않은 물에서 퍼덕이며

신이나서 놀더란다.
(아마도 그 물꼬에도 보름달 하나 풍덩거리고 빠져 있었을 것이고, 붕어가 꼬리를

흔들 때마다 달덩이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일렁거리며 쭈그렸다 폈다 했을 것이고,

그것을 보면서 붕어 재롱에 밤이슬 내리는 줄 모르고 마냥 즐거워했을 것이다.)

그때 얼핏 스치는 생각, 어린시절 개울에서 신고 있던 고무신을 벗어 물을 담고

거기에 고기를 담아 집으로 가지고 오던 생각이 났다고 한다.

그런데 당신의 신발을 내려다보고는 고무신이 아님에 실망스러워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번뜩이는 생각이 났다고 하는데, 그 번뜩이는 생각이 ‘구두면 어떠랴’ 이다. 

결국 고기는 정채봉님의 구두에 담겨 집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 고기를 들여다보면서 평소 각별했던 정호승님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말하며

그렇게 즐거워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훗날 정채봉님이 고인이 된 다음 어느 날 정호승님은 그날의 정채봉님의 그 천진난만함이

질투가 날 정도로 곱고  순수했다고, 그리고 그분보다 더 해맑은 사람이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이야기가 있게 된 동기를 부여한 정채봉님의 마음도 아름답지만, 그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시울을 붉히는 정호승 님의 마음도 곱고, 그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에 나 역시 행복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깨끗하게 살겠노라지만 자신도 모르게 때로 남의 마음을

다치게도 하고, 또 타인으로 인해 다치기도 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로 인해 누군가의 마음의 눈을

맑게 할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하다" 라는 정채봉님의 마음의 눈을 닮는다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럴 수 있다면, 어두운 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 없는 

세상이 될것 같다.

 

내 눈에 더 많은 눈부처를 담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 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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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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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린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2 안녕하세요.
  • 작성자작약이피는곳 | 작성시간 26.05.23
    아 린두님 오셨습니까?
    덕분에 깨달음의 아침을 맞습니다
    일들이 한철이라서 간단히 인사만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린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3 작약이피는곳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다녀가시고 남기심 고맙습니다.

    주말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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