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친정엄마
재작년 혼인한 큰 딸이 아기를 가졌다.
그런데 그 딸애가 엄마표 닭볶음탕과
생물 삼치조림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나에게 이마트에 다녀오라고 명령하였다.
가는 김에 사과도 사오고, 키위도 사와요.
값은 상관말고 최고 좋은 것으로 사와요.
처음으로 혼인을 한 딸에게
처음으로 친정엄마가 된 아내는
처음으로 딸에게 줄 음식을 만들어
비오는 날 택시를 타고 딸네집으로 향하였다.
전날 밤 늦도록 열심히 닭볶음탕을 만들던
아내의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다음날 오전 커다란 봉투에 닭볶음탕, 삼치조림,
사과와 키위를 넣고도 모자라 햇마늘을 넣던 아내는
냉장고에 있던 3개 뿐인 참외 중 2개를 또 담고도
또 갖다줄게 더 없나 두리번 거리며 궁리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런데 조금 전 딸애가 전화를 하였다.
엄마가 갖다 준 반찬통 속에
닭볶음탕이 아니라 웬 순무김치가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작년 처형이 담가다준 순무김치가 든 반찬통을
어제 정성스럽게 만들어 둔 닭볶음탕이 든 반찬통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아내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어쩜 좋아 하며 웃었다.
초보 친정엄마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는
사위한테 부끄럽다고 난 몰라 하며 웃었다.
며칠 전 꼬불꼬불하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온 아내는
살짝 발을 구르며 내가 미쳤나봐 하며 웃는 모습이
그저 귀여웠다.
(2026.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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