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향기
-고로쇠나무에게
봄날의 빈 산 계곡 골짜기, 터질 듯한 앙가슴 부여안고,
긴 링겔 줄에 꽂힌 그 슬픔덩어리, 소리 없이 밀어내며
혼자 달밤에 숨죽여 흐느껴 울고 있는 그대 고로쇠나무
여, 부디 매화 향기를 꼭 기억해 두시라.
모든 번뇌 멀리 벗어나는 일, 예사롭지 않으니 단단히
화두의 말씀 붙들어 매어두지 않으면 아니 되리라
그리고 침묵의 향기로 그대 영혼 씻어 자유롭게 하시라.
매서운 추위 속, 뼛 속 깊이 사무치지 않았으면, 어찌
매화는 감미로운 향기 내뿜을 수 있었겠는가,
봄날 밤 계곡 그 골짜기, 빈 산이 모두 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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