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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버스킹

작성자국도|작성시간26.06.10|조회수90 목록 댓글 21

저는 60대 남자입니다.
 
2017년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자전거 라이딩을 하다가 능내역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공연하는 팀을 보게 되었는데, 아니 세상에! 노래를 얼마나
잘하던지 자전거는 세워두고 넋을 잃고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보다가 관계자분을 만나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저도 여기 가입할 수 있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참 대담했습니다.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노래를 거의 안 불러본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흔쾌히 승낙해 주셨고, 그렇게 저의 늦깎이 노래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직장만 다니던 사람이다 보니 아는 노래도 별로 없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경험도 없었습니다.
연습 때마다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음정은 집을 나가고,
박자는 길을 잃고,
가사는 수시로 증발했습니다.
 
다른 회원들은 멋지게 노래하는데 저 혼자 "음... 어... 잠깐만요..."를 반복하니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주 목요일 연습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은 목요일에 연습하고 주말이면 버스킹을 다니는 노래 동호회였습니다.
 
저는 노래보다 출석률로 인정받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요?
3년 정도 꾸준히 따라다니다 보니 주위에서
"많이 늘었어요."
"이제 제법인데요?"
라는 칭찬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모릅니다.
 
기존 멤버들이 지치면 가끔 제가 땜빵 선수로 무대에 설 기회도 생겼습니다.
비록 주전은 아니었지만 후보 선수에서 벤치 멤버 정도는 된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코로나가 등장했습니다.
제 버스킹 인생도 함께 멈춰 섰습니다.
 
무대는 사라지고, 관객도 사라지고, 저의 땜빵 출전 기회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버스킹의 꿈은 마치 비누방울처럼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후 잠시 활동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동호회를 떠나게 되었고, 이후 음사랑에 가입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음사랑에서 함께 활동하는 산토끼님도 2017년 능내역에서 만난 인연이라는 점입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6년 6월 7일.
우연한 기회에 다시 버스킹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무려 3년 만이었습니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순간...
"아! 이 맛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 실력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니고, 음정이 완벽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습니다.
역시 저는 조용한 실내에서 노래하는 것보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하는 게 더 체질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길거리 체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음정이 가끔 여행을 떠나고, 박자가 잠시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60대에 시작한 노래 인생인데 이 정도 실수는 애교 아닐까요?
 
3년 만에 다시 선 버스킹 무대.
이제야 알겠습니다.
노래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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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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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국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봄이랑님
    응원감사합니다.^^
  • 작성자빵사랑 | 작성시간 26.06.16 용기 응원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국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빵사랑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라니. | 작성시간 26.06.19 시작하는 용기도 대단하지만, 꾸준히 이어오신 열정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즐겁게 노래하시길 응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국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9 라니님
    응원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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