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가 자신만의 음악세계와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는 아마도 어린 시절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어떤 음악적 환경 속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했는가가 자신만의 음악세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슈베르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슈베르트가 음악을 처음 접했던 것은 5살 무렵이었습니다. 피아노 수리점에서 일하는 견습생이 슈베르트의 집에 피아노를 수리하러 왔고. 슈베르트는 그가 일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지요. “꼬마야, 너 음악 좋아하니?” 그러자 슈베르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 아주 많이”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악기도 연주할 줄 알아?” 견습생이 또다시 묻자 “예전에 부엌에서 냄비랑 빨래판을 북처럼 두드렸더니 아버지가 너무 시끄럽다고 화를 내셨어. 그리고 아버지는 내가 피아노 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셔”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슈베르트의 대답을 듣고 저는 위대한 작곡가조차 최초의 작곡은 냄비랑 빨래판으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어린 동생이나 아이가 부엌에서 살림살이를 다 꺼내놓고 난장판을 피우더라도 너무 혼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아이는 지금 작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무튼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슈베르트는 11세에 그 재능을 인정받아 국립 신학교에 합창단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신학교에 입학하였지만 신학교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먼지투성이에 역겨울 정도로 더러운 장화, 물컵, 교복, 모자, 너덜너덜한 책 등 삭막한 시설들과 엄격한 학교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을 슈베르트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슈베르트는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좋은 친구들과 선배를 만나게 됩니다. 시를 곧잘 지었던 티롤 출신의 젠과 훗날 유명한 작가가 된 요한 네포묵 네스트로이, 그리고 법학을 공부하던 요제프 폰 슈파운이 그들인데요, 내성적이고 조숙한 외로운 작곡가 슈베르트에게 항상 “넌 훌륭한 작곡가야”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집이 가난해 항상 악보를 그릴 종이가 부족한 슈베르트에게 종이를 구해다 줍니다. 항상 외로움이 많았던 슈베르트에게 정신적인 힘이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슈베르트는 작곡, 특히 가곡을 작곡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붙습니다. 심지어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곡을 작곡해서 불과 얼마 전에 만든 노래를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그가 친구에게 악보를 평가해 달라고 청하고는 2주가 지난 후 친구가 그 노래를 부르자 슈베르트가 말했습니다. “그 곡 괜찮은데, 누가 만들었지?”
이처럼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한 슈베르트에게 친구들은 가족과 같은 존재였습니다.슈베르트 역시 베토벤처럼 평생 혼자 살았기 때문이지요. 그가 남긴 작품들은 가곡, 교향곡, 관현악곡, 피아노곡, 실내음악, 오페라 등 모두 1000편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연히 슈베르트의 곡을 접한 베토벤은 그의 곡들에 감탄했고, 하루 종일 그 곡들을 들으며 '슈베르트의 내부엔 신의 불꽃이 들어 있어' 라고 찬사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당시 이미 둘 다 병이 들어 있었고 일 년을 사이에 두고 차례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늘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언제나 그의 곁에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렇기에 슈베르트는 어쩌면 살아서도 행복한 음악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