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바흐의 경우를 살펴보자. 바 흐는 독창적인 작곡 기법을 창안했다기 보다는 당시까지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악 양식을 집대성하여 자신의 기법으로 만들고 당시까지 뒤떨어져 있던 독일 음악을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으로 이끌어 올렸다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프 랑스의 음악이 색채적이면서 묘사적인 면을 중시하고 이탈리아의 음악이 선율적인 면을 중시하는데 바흐는 이 두 나라의 음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두 나라 음악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일 특유의 논리적인 면을 첨가하여 소화하고 흡수하였다. 그것을 통하여 바흐는 독일 음악이 두 나라 음악과는 다른 특성인 객관적인 논리성을 강하게 갖게 했으며 그 논리를 통해 독일 음악이 절대 음악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래서 그의 모티브 구성법도 다분히 논리적이며 절대음악적이다.
Bach, Johann Sebastian 관현악 조곡 3번 중에서 2악장 아리아(Air)
대위법 시대에 살았던 바흐는 모티브 구성에서도 매우 대위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한 대위법적 생각으로 인해 단선율
악기에서도 좋은 구조의 독주곡들을 남기고 있지만 위의 곡과 같은 관현악곡에서도 그의 곡 구성에 대한 기본 생각은 대위법적인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곡에서 네 성부는 하나의 동일한 화음 흐름을 통해서 진행을 하고 있지만 각각의 네 성부는 마치
독자적인 선율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처럼 진행하고 있다. 그러한 각 성부의 독립성으로 인해 바흐의 음악은 어느 한 성부나 한
지점에 중점(重點)을 두지 않는 바로크적인 특성이 강하다. 이 곡에서의 주 모티브는 역시 제 1바이올린의 선율이 되겠지만
대위법적인 구조상 전체 네 성부가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으며 각각의 네 악기는 스스로의 모티브를 발전 시켜감과 동시에 곡의 진행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서로의 모티브를 주고 받으며 발전시켜 가고 있다. 바흐가 이러한 대위법적인 구조를 독주곡에서는 어떻게
적용시켜 모티브를 만들었는지 알아보자.
Bach, Johann Sebastian 무반주 첼로 조곡 제 1번 전주곡(1~7마디)
일반적으로 모티브는 두
마디에 걸쳐 구성이 되지만 이 곡에서의 모티브는 첫번째 두 박에 나타난 8개의 16분 음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모티브에는 G, D, B, A의 네 개 음이 등장하는데 대위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바흐는 단선율 악기인 첼로에 다성부적인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이 네 음들을 대위적인 구조로 발전시키게 된다. 처음의 G, D, B의 세 음은 화음을 형성하고 곡의 뼈대를
이루는데 쓰이지만 A 음은 이러한 기본 구조로부터 변화를 주기 위한 이탈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 A음에서 선율적인
출발점을 끌어낸 것이다(표시된 부분). 이 A 음을 출발점으로 하여 순차적인 진행에 의한 모티브의 전개가 곡의 전체에서 끝없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두번째 음 D와 세번째 음 B는 둘째 박에서 역행하여 두 번 사용되며 이것은 음정의 변화를 통하여 곡의
전체에 끊임 없이 반복하여 사용된다. 내성에 있는 D음 역시 다음 마디와 그 후속 마디에서 E(2 마디), F#(3),G(4)
음등을 통해서 계속 발전이 되어 간다.
바흐가 단선율 악기를 독주 악기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이 모든 음들을 대위법적인 구조에서 독립된 음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펼쳐진 화음 안에서 도약과 순차의 선율 상태로 인식하여 모티브를 구성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