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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병사의 노래(疲兵行) 변경의 병사를 괴롭게 하는 장군의 횡포

작성자수돌이(최찬집)|작성시간26.06.16|조회수1 목록 댓글 0

 

<고달픈 병사의 노래(疲兵行) 변경의 병사를 괴롭게 하는 장군의 횡포> 고영화(高永和)

 

이번 지면에 소개하는 <고달픈 병사의 노래(疲兵行)>는 조선 명종(明宗) 때의 문신 안수(安璲 1521~?)의 장문의 칠언고시(七言古詩)로, 『기아(箕雅)』 권(卷)14에 수록되어 있다. 예전에 국경을 지키는 일이나 그 일을 하는 병사를 지칭하던 수자리 병사들을, 괴롭게 착취한 두만강 최북방에 근무하던 장군의 횡포에 대해 기술한 작품이다.

옛날 왕조시대의 노역 제도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군역으로 변방에 갔다하면 전쟁이 끝나야 돌아올 수 있었고, 노역으로 끌려갔다하면 대역사(大役事)가 마무리 되어야 귀향할 수 있었다. 이것이 당시의 제도이고 관례였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쌓는 일도 그랬고, 한 전쟁에서 수십 년 동안 병사나 노역으로 전쟁을 치렀던 우리의 역사에도 그런 기록을 여럿 만난다. 개중에 해안가 수군진영(水軍鎭營)이나 북방 오랑캐와 접한 병영(兵營)에 수자리를 살았던 장정들은 대다수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대대로 살 수 밖에 없었다. 따뜻한 남쪽 변방과 달리 북쪽 최전방에서의 수자리는 그야말로 왕조시대 최고로 고달픈 군역이었다.

이번 고시(古詩)는 함경북도 국경선에 배치된 병사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그린 작품이다. 총 7언 40구(句)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만강가에서 수자리 살던 한 병사가 자신이 겪고 있는 고달픈 현실을 직접 들려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당시 북방의 최전방 고을에서 일어난 탐욕적인 관리와 탐관오리에 의한 사회의 모순을 사실적으로 고발하였다.

 

◉ 먼저 제1부 10구(句)에서는 변방 관문 병사의 구슬픈 현실에 대해 기술해 놓았다. 눈 쌓인 산하에 참혹한 북풍이 몰아치고 얼어붙은 강 너머로 오랑캐 피리소리 구슬프다. 투구는 닳아서 해어졌고 갑옷은 성겨 서늘하다. 밤마다 순찰하며 딱딱이 치느라 손가락은 경직되고 항상 배고픔에 시달리다보니 3년 수자리에 몰골이 말이 아니다.

제2부 24구(句)에서는 병사들의 고혈을 짜내는 장군의 모습과,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는 주민들의 실정을 그려내었다. 이어 젊었을 때 군적에 편입되어 북방 변방에서 힘든 고통 속에 수자리 사는 병사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장군은 검은담비 갖옷에 맛좋은 소고기를 즐기며 병사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나라님이 내린 털옷과 누비옷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결국 견디다 못해 오랑캐 땅으로 들어간다.

제3부 6구(句)에서는 가혹한 가렴주구를 일삼는 장군이 빨리 떠나가길 바라면서 염파와 이목 장군 같은 명장들이 다시 나타나 주길 소망한다. 이슥한 한밤중에도 이러한 모순된 현실을 생각하면 할수록 애간장만 탈 뿐이라며 마무리 했다.

 

◉ 다시 한 번 더 언급하자면, 변경의 춥고 황량한 환경, 그곳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주린 창자를 안고 근무하는 병사들을 제1부에서 그려놓았다. 그중에 한 병사가 작중 화자로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이름이 군적에 올랐기 때문에,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수자리의 고역을 치러야 했음을 알 수 있다. 병사들은 극도로 열악한 상태에 놓여 고생하는데 반해 장군은 가렴주구 호의호식을 누리면서 병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장군의 행락은 오로지 병졸을 포함하여 백성 일반에 대한 수탈에 의해서 가능하다. “장군은 날로 날로 살찌거늘 병졸들 날로 날로 여위어간다(將軍日肥士日瘠)”라는 말에서 장군과 병사 사이의 현실 모순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제2부에서는 이러한 가렴주구와 군역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정든 조국을 떠나 여진족의 땅 두만강을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적고 있다. 저자 안수(安璲 1521~?)는 병사들의 기막힌 사연을 듣고도 조국의 국경 수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줄 아는 터인지라, 다만 현명하고 유능한 장수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그런 인물이 나오기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자는 “이슥한 밤중임에도 애간장만 격렬히 타들어갑죠(激烈中宵腸內熱)”라고 사회모순에 대한 고뇌를 호소할 뿐이다.

여기 병사에게 고통을 지워준 군역은 백성 일반의 역이므로, 병사의 고통은 곧 백성의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병사의 질고(疾苦)는 특수한 사정이지만 당시 탐욕적인 관리와 탐관오리에 의한 사회의 모순에서 발생한 것이다.

 

<고달픈 병사의 노래[疲兵行]> 안수(安璲 1521~?)

1) 춥고 배고픈 변방 관문 병사의 구슬픈 현실

關雲漠漠關雪堆 변방의 구름은 아득하고 눈 쌓여 음산한데

北風慘慘山木摧 북풍이 참혹하게 불어오니 산의 나무 꺾여지네.

長河氷合馬蹄滑 긴 강은 얼어붙어 말발굽은 얼음에 미끄러지고

沙塞日暮胡笳哀 험한 요새 해 저물자 오랑캐 피리 소리 구슬프다.

此時疲軍長歎息 이때면 피곤한 병사들은 긴 한숨에 탄식하며

愁枕干戈眠不得 근심으로 방패와 창 베고 누워 잠 못 이루네.

兜鍪零落鐡衣寒 투구는 닳아서 해어졌고 갑옷은 서늘한데

擊柝中宵十指直 한밤 중 순찰하며 딱딱이 치느라 손가락이 경직되네.

枵腸不得一飽飯 창자는 한 그릇 밥그릇도 얻지 못해 비어 있고

垢面常帶三年土 얼굴은 3년간의 수자리에 흙먼지로 더러워졌네.

 

2) 병사들의 고혈을 짜내는 장군과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는 주민들

自言少年繫軍籍 스스로 말하네. “내 젊을 때 군적에 매였다가

傷心幾度關山苦 상심하며 변방에서 괴로움을 몇 번이나 겪었던가?

關山之苦豈徒云 변방의 괴로움을 어찌 다만 말로 다 하겠는가?”

苦將膏血輸將軍 괴롭게 우리 고혈 짜내어서 장군에게 보내니

將軍好擁黑貂裘 장군은 검은담비 갖옷이 좋다 하며 끌어안는데

一貂皮當金十斤 담비 갖옷 하나는 황금 열 근 값어치에 맞먹더라.

將軍好食太牢味 장군은 제상에나 오를만한 좋은 고기 좋아하니

一日軍中九牛死 하루에도 군중에서 아홉 마리 소를 잡는다네.

山無餘貂野無牛 산에 남은 담비 없고 들판에도 쟁기 끌 소가 없자

誅斂無窮捶楚至 가렴주구가 혹독한 회초리질 끝없이 해대나니

鼎中粒機中布 솥 안에 들어갈 낱알이나 베틀 속의 베까지도

一一輸入將軍庫 하나하나 끌어내어 장군의 곳간으로 들어가네.

將軍日肥士日瘠 장군은 날로날로 살찌거늘 병졸들 날로날로 여위어가니

欲往訴之逢彼怒 가서 하소연 하려 해도 저들의 야단만 맞는다네.

至尊每憂軍士凍 나라님은 매번 군사들이 동상 걸릴까 걱정하여

毛衣衲衣年年送 털옷과 누비옷을 해마다 해마다 보내오나

將軍分給亦不均 장군이 나눌 때엔 고루고루 돌아가지 못하니

煖者無多寒者衆 따뜻한 이 별로 없고, 추위에 떠는 자가 많았구나.

蟲蝗水旱無歲無 해충들과 홍수와 가뭄이 없는 해가 없겠지만

不聞賑恤聞催租 구휼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세금 재촉하는 말만 들리네.

一家丁壯十餘口 한 집의 장정이 10여명인데

過半相携逃入胡 태반이나 서로 이끌고 오랑캐 땅으로 들어갔구나.

胡中艱苦不可說 오랑캐 땅에서의 간난신고(艱難辛苦) 말할 수 없지만

猶勝將軍浚膏血 오히려 장군에게 고혈(膏血)을 빨리는 것보다 낫지요.

 

3) 가혹한 가렴주구를 일삼는 장군만 바뀌어도 좋으련만.

將軍將軍胡不去 장군이여, 장군이여. 어찌하여 떠나가지 않소이까.

去爲公卿軍則悅 떠나시어 정승 판서 되신다면 군사들은 즐거울 텐데요.

君門杳杳但回首 궁궐문은 아득하여 머리 돌려 바라볼 따름이오.

御史紛紛猶閉舌 어사가 분분하게 와봐야 오히려 혀를 닫는 걸.

廉頗ㆍ李牧難再見 염파와 이목 장군 같은 명장들은 다시 보기 어려우니

激烈中宵腸內熱 이슥한 밤중임에도 애간장만 격렬히 타들어갑죠.

 

[주1] 호가(胡笳) : 호인(胡人)들이 갈대의 잎을 말아서 만든 피리를 말하는데, 그 소리가 매우 애원(哀怨)의 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한(漢) 나라 때 장건(張騫)이 서역(西域)에서 들여왔다 한다. / 북진(晉)나라 유곤(劉琨)이 진양성(晉陽城)에서 호인(胡人)의 기병(騎兵)에 포위되었을 때에, 달 밝은 밤에 성루(城樓)에 올라가 호가를 부니, 호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향 생각에 젖어서 포위를 풀고 돌아간 고사가 전한다.

[주2] 격탁(擊柝) : 이전에, 밤에 순찰을 도는 사람이 가지고 다니던 두 짝의 나무토막. 포관(抱關)은 문지기, 격탁(擊柝)은 야경꾼 포관격탁(抱關擊柝)은 미관말직.

[주3] 십지직(十指直) : 열 손가락이 곧아온다. 경직된다.

[주4] 태뢰(太牢): ① 제사 때, 소·양·돼지를 제물로 바치는 것 ② 제물로 오른 소 ③ 큰 제사 ④ 매우 훌륭한 음식

[주5] 간난신고(艱難辛苦) : 몹시 고되고 어렵고 맵고 쓰다는 뜻으로, 몹시 힘든 고생(苦生)을 이르는 말.

[주6] 어사(御史): 조선 시대, 임금의 특명을 받아 지방 정치의 잘잘못과 백성의 사정을 비밀리에 살펴서 부정 관리를 계하던 임시 관리

[주7] 염파(廉頗) 이목(李牧) :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장.

[주8] 저자 안수(安璲 1521~?) : 조선 명종(明宗) 때의 문신으로, 본관은 순흥(順興), 안처명(安處明)의 아들이다. 1549(명종 4) 식년시(式年試)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홍문관 박사(弘文館博士)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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