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포
영산포라는 이름,
옛 포구의 왁자지껄한 소리 들리는가.
억센 팔뚝과 백의(白衣)의 기운 넘실대던 시절은 가고,
떠나간 이는 돌아오지 않는 땅만 남았다.
닫힌 관공서 창문마다 먼지만 쌓이고, 빈 광장에는 누구의 목소리도 머물지 않는다.
삶의 끄트머리에 선 노인들,
지팡이 대신 유모차를 밀며
골목마다 느린 걸음을 굴린다.
장승백이 건너 상여촌이 있었다는 동네,
나환자촌 너머 초봉길 언덕에는
풍장도 초분도 즐비했었다지.
화교가 세운 소학교 표지석은 쓰러져 있고,
민족의 혼까지 수탈해 간 일본인의 궤적은
골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젓갈집 상가와 적산가옥이 늘어서고,
은좌와 본정통의 왜색 거리가 번성하던 시절,
색시집 불빛도 꽃처럼 피어났었다지.
매일 오늘시장이 서고,
죽전길 새벽 장작 냄새 따라 모여든 나뭇꾼들은
죽 한 그릇에 허기를 얼마나 달랬을까.
먼 뱃길 뒤로하고
잃어버린 영화를 찾아 영산포역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또 얼마나 무거웠을까.
누나와 형들은 도시로, 도시로 떠나가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처럼
내일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날 젓갈집은 사라진 지 오래고
홍어집들만 불 밝힌 거리 끝에
영산포에는 미술관 하나 들어섰다.
꺼져가는 영혼의 불빛 아래
황혼이 물드는 풍경을 몸에 새긴다.
허술한 골목 담장 콘크리트 틈마다
쑥부쟁이와 푸성귀들만
묵묵히 계절을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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