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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북한)의 기악 뼈대 세운 남도가락

작성자수돌이(최찬집)|작성시간26.06.16|조회수2 목록 댓글 0

 

 

조선(북한)의 기악 뼈대 세운 남도가락

 

평화와 우호선린의 선율로 울리길...

한·조 산조(韓朝散調), 쉘위댄스

일군의 가야금연주자들이 진양조에서 휘모리까지 신명난 연주를 진행한다. 젊은 춤꾼들은 가락에 맞춰 춤을 춘다. 비보잉 공연의 한 장면 같다. 이 풍경이 낯선 것은 산조(散調)가 판소리와 함께 우리 음악의 대표 양식 중 하나이고 정적인 정조를 지니고 있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2013년 5월 25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렸던 수임당(지순자) 가야금 연주회 실황 얘기다. 1부를 ‘지순자가 풀어내는 안기옥 산조’, 2부를 ‘가얏고! Shall We Dance’로 꾸렸다. 안기옥 산조를 춤과 청년, 무대적 상상력으로 확장한 사례다. 이보다 앞서 황병기 등에 의해 연주되고 창작된 정남희제 산조 공연과는 결이 다른 현대적인 버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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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얼씨구학당 043.

2026. 6. 16(화), 무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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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출신 안기옥과 정남희 산조의 내력, 조선(북한)에서의 제도화

안기옥은 1894년 나주 남평에서 태어났다. 꽹과리와 피리의 명수였던 안영길의 아들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1904년 한숙구, 김창조 등에게 가야금, 거문고, 아쟁, 장고, 꽹과리를 배웠고 1915년 백낙준에게 거문고를 배웠다. 3·1만세혁명에 참여했다가 징역을 살았다. 1926년 일본인 위안공연을 거부하여 구류를 당하기도 했으니 그의 성향을 짐작할 만하다. 1929년에 벌써 산조 음반을 남겼으므로 산조의 1.5세대라고나 할까. 산조의 시조격으로 거론되는 김창조의 대표적인 제자로 알려져 있다.

1930년부터 목포에서 협률단을 조직해 활동한다. 1936년에는 함흥에서 권번을 조직해 활동한다. 1940년 일본 활동을 거쳐 1945년에는 서울에서 창극단을 조직한다. 해방 이후 1946년부터 평양에서 조선고전악연구소 초대 소장을 거쳤으므로 분단 이전에 이미 조선(북한)에서 활동을 펼쳤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협률단 단장, 국립고전예술극장 총장을 거치며 조선(북한)의 민족기악 및 창극 공연 창작활동을 주도했다.

흔히 하는 말로 조선(북한)의 민족음악 중에서 성악은 박동실이, 기악은 안기옥(정남희 포함)이, 춤은 최승희가 재구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이외 장흥 최옥삼, 공기남, 임소향, 조상선, 류대복, 김관보, 김진명, 선우일선, 왕수복 등 수십 명인들이 있지만 차차 거론하기로 한다. 안기옥은 그의 아들 안성현이 김소월의 시에 선율을 얹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작곡하였기에 여러 지면에서 언급한 바 있다. ‘부용산’과 관련된 내 글을 찾아 읽으면 도움이 된다.

1958년에는 제자 정남희와 함께 ‘가야금교칙본’을 집필한다. 현 나주시립국악단 윤종호 감독에 의하면 이 시기 국악교재로는 으뜸이라고 한다. 이외 ‘장고 연주법’ 등을 저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가 말년에 숙청되어 백두산 자락에서 이른바 귀양살이를 하다가 1974년 양강도 혜산에서 사망한다. 1994년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벌이는 등 복원되었다.

안기옥을 말하기 위해서 짝으로 거론할 이가 동향 나주에서 출생한 정남희다. 1905년 출생, 1988년 함경북도 선봉군에서 사망했다. 안기옥의 대표적인 제자이자 조선(북한)의 대표적인 예술가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은 물론 산조의 창작, 창극 기획, 작창 및 주연, 신민요 창작, 가야금 병창, 무용반주, 장고 명인, 영화배우, 음악교육자, 민요연구가, 공훈배우, 인민배우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했던 예술가다.

1930년대 이미 일가를 이루고 자신만의 산조를 재구성하는데 이것이 제자 김윤덕에게 전해진다. 김윤덕의 산조는 황병기에게 전해져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월북 이전과 이후의 산조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 주목해야 한다. 양승희가 중국과 조선(북한)을 발품 팔아 편찬한 ‘양승희의 안기옥 가야금산조 연구Ⅰ(은하출판사, 2004)’에 보면, 안기옥 및 정남희, 박동실에 대한 정보들이 갈무리되어 있다. 안기옥과 정남희 산조 관련 영상은 유트브에도 적잖이 소개되어 있고, 안기옥과 안성현 관련은 광주MBC 얼씨구당에서 내가 소개한 것들이 있으므로 찾아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안기옥이 낸 길, 한조(韓朝) 산조 페스티벌로

나는 이번 무안 승달국악대제전 일환으로 열린 학술포럼에서 ‘산조의 본향, 남도의 가야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는데, 지영희와 성금연의 따님 지순자 명인과 김윤덕의 따님 김정숙 이사장과의 대화에서 안기옥에 대한 정보를 추가할 수 있었다. 주지하듯이 김윤덕류와 성금연류 가야금산조는 우리 기악의 대표적인 지분을 갖고 있다. 황병기로 이어진 김윤덕 산조에 대해서는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성금연이 이은 안기옥 산조에 대해 언급해두기로 한다.

현재 조선(북한)에서 연주하고 있는 산조 중 한국과 협연이 가능한 산조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렇다. 담양, 순창, 광주가 출생과 성장지였던 성금연은 박상근에게 가야금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안기옥의 출중한 제자 중 한 사람이다. 본명이 성육남으로 해금산조 명인인 지영희의 부인이다. 지성자, 지미자, 이재숙, 황병주, 지순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안기옥 산조는 초기와 후기 산조로 나누어진다. 제자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 중 경쾌한 굿거리, 짧은 선율과 대구적 진행, 변화가 많고 명료한 구조 등이 기반한 내력을 안기옥의 산조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남편 지영희의 경기도 음악의 영향을 충분히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바탕에는 남도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가락과 내면의 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기 안기옥 산조의 특징은 중중모리와 자진모리 사이에 엇모리가 삽입되는 점, 안땅과 휘모리로 이어지는 점 등이다. 안땅은 굿을 시작하기 전에 각양의 신들에게 보고하는 의례를 말하는 남도씻김굿의 거리 이름인데, 안기옥에 의해 장단과 선율의 이름으로 장착되었다. 이날치밴드를 통해 유명세를 탄 엇모리 장단이 이른바 ‘범내려 온다’의 멜로디로 각인되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각과 다르게 젊은이들이 애호하는 리듬으로 회자된다.

그래서일까. 지순자의 ‘가얏고! Shall We Dance’에서 장구 등의 타악 리듬과 젊은 춤꾼들이 기대 이상으로 어울리는 풍경을 연출하는 점 말이다. 더구나 조선(북한)에서 안기옥 산조풍의 리듬을 연주하는 명인들이 많은 것은 경쾌하고 빠른 리듬과 남도 특유의 계면성을 걷어낸 데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다. 남북한이 경색 국면으로 돌아선 지금 출로를 찾을 수 있는 대단히 유용한 작업 중 하나가 한·조 산조 협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조(韓朝)는 6.15 남북정상회담 26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북한이라는 이름보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칭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안한 이름이다. 이것이 상호주의의 원칙에 맞다. 시중에 거의 회자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수원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대회에서 우승한 조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그 물꼬를 튼 셈이다. 이 풍경을 보며 퍼뜩 떠오르는 카피가 ‘안기옥이 낸 안땅과 엇모리의 길’이었다.

남북문화공연의 역사는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으로부터 1990년 범민족통일음악회와 송년 통일전통음악회, 2000년과 2002년 남북교향악단 합동연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삼지연관현악단 방남 공연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 등 내력이 웅숭깊다.

이미 안기옥을 비롯해 정남희가 길을 내어놓았으니 연변을 포함한 중국과의 삼국 산조 협연을 기획해도 좋겠다. 나라에서 추진하기 어려우면 7월 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특별시에서 그야말로 특별한 방식으로 기획해도 좋을 것이다. 나주사람 안기옥과 정남희는 물론 담양사람 박동실이 오늘날 조선(북한)의 기악과 성악을 완성하거나 적어도 재구성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지역통합의 의례이자 한해륙 평화공존의 예술적 선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가얏고! Shall We Dance’, 한국과 조선이 협연하는 나주사람 안기옥 산조와 창작 음악을 중심으로 국립문화예술의전당에서 어울려봄이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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