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경계의 글 십잠(十箴), 성현(成俔)이 교훈을 주제로 쓴 운문(韻文)> 고영화(高永和)
이번 지면에 소개하는 10가지 훈계가 되는 짧은 경계의 글, 잠명(箴銘) <십잠(十箴)>은 자신의 행실을 바르게 하는 10가지 조목의 잠언(箴言)으로, 각각의 수(首)마다 4언(四言) 12구(句), 총 10수(首)로 구성되어 있는 악부잡체시(樂府雜體詩)이다. 이 십잠(十箴)은 각기 한 수(首)마다, 따로 압운자(押韻字)을 사용한 라임(rhyme)으로 인해, 리듬(rhythm)감을 더하였다. 고로 압운도 이구(二句)마다 각운(脚韻)을 달았다. 보통 한문 문체(文體) 중에 경계할 ‘잠(箴)’ 자를 쓰는 유형을 ‘잠명류(箴銘類)’라고 한다. 여기서 경계할 잠(箴)과 새길 명(銘)에서 알 수 있듯, 마음에 새겨둘 만한 경계나 권면의 내용을 담은 교훈적인 성격의 글들을 싸잡아 가리키는 명칭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글처럼 한 구가 4자로 구성된 4언고시(四言古詩)는 시경(詩經), 잠명류(箴銘類), 송찬류(頌贊類) 등에서 볼 수 있다.
○ 덧붙여, ‘잠(箴)’은 원래 ‘대나무로 만든 침(針)’이라는 뜻이다. 침이 질병을 치료하듯 잘못되기 쉬운 습관을 경계하려는 글이다. 그러므로 ‘경계(警戒)’와 ‘풍자(諷刺)’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은 ‘잠문(箴文)’은 자신을 절제하는 경우와 다른 사람을 깨우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를 ‘사잠(私箴)’이라 하고 후자를 ‘관잠(官箴)’이라고 부른다. 장온고의 「대보잠(大寶箴)」, 이규보의 「슬잠(蝨箴)」, 한유의 「지명잠(知名箴)」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명(銘)’은 ‘새긴다’는 뜻으로, 신변에 있는 기물(器物)에 스스로 경계로 삼을 만한 글을 새겨두고 항상 보고 각성하는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남의 공덕을 칭송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경계를 삼든 남을 칭송하든 그 글들은 대개 제기(祭器)나 동종(銅鐘) 등에 새겨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유우석의 「누실명(陋室銘)」, 권근의 「주종명(鑄鐘銘)」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 한편 이 글은 조선초기 학자이자 대표적인 대문장가였던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1504)의 《허백당집(虛白堂集) 권12》에 실린 운문(韻文)이다. 그는 문장과 음악에 능통했던 인물로, 차를 즐겼던 풍류객이었고 그의 작품세계는 매우 다양하여 형식적 측면에 있어서 고시·율시·악부·사부 등의 양식을 고루 창작했다. 또한 성현의 악부시집 ≪풍아록(風雅錄)≫과 ≪풍소궤범(風騷軌範)≫은 최치원 이래 산만하게 유지해 온 의고적 성향을 촉진하고 의고악부시(擬古樂府詩)의 전형을 제시하거나, 창작의 예를 보이기 위하여 지은 작품을 모아 놓았다.
◉ 참고로, 예(禮)ㆍ의(義)ㆍ염(廉)ㆍ치(恥)란? 예절과 의리,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를 말하며, 이를 곧 ‘사유(四維)’라고 일컫는다. 나라를 유지하는 데 지켜야 할 4가지 대강령(大綱領) ‘사유’는 《관자(管子)》 목민(牧民) 편에 나오는 말로 나라를 바로 서게 붙잡아주는 밧줄과 같은 4가지 근본인 예의염치(禮義廉恥)이다. 이러한 사유(四維)는 비단 국가경영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도 꼭 필요한 요소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예절이 있어야 하고 의리가 있어야 하며 청렴해야 하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바람직하고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에 청렴함과 부끄러움을 뜻하는 염치(廉恥)는 개인적으로 수양을 통해 갈고 닦고 터득하고 얻어지는 덕목 즉, 인간 됨됨이를 갖추는 것이다. 염치가 없다는 것은 심성이 바르지 못함을 말하며 심성이 바르지 못하면 탐욕이 많아지고 탐욕이 많아지면 거짓된 삶을 살게 된다. 현대는 황금만능주의 시대, 금전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최상의 덕목이 예의(禮義)와 염치(廉恥)일 것이다. 사람과 짐승이 다른 점은 바로 예의를 지키고 염치를 아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그리고 중국 후한(後漢)의 최원(崔瑗 77~142)이라는 사람은 초서로 유명하여 초현(草賢)이라 일컬어졌다. 특히 잠명(箴銘)을 잘 지었다. 그는 형인 최장(崔章)이 피살되자 원수를 갚고 도망쳤다가 사면된 후 스스로 경계하기 위하여 『좌우명(座右銘)』을 지었으며, 5언(言) 20구(句) 100자(字)로 이루어져 있다. “남의 단점은 지적하지 말고, 나의 장점은 얘기하지 말라. 남에게 베푼 것은 부디 기억하지 말 것이요, 남에게 받은 것은 모쪼록 잊지 말 것이다.(無道人之短 無說己之長 施人愼勿念 受施愼勿忘)”로 시작되는 이 문장은 널리 인구에 회자 되었다.
● 지금부터는 잠명(箴銘) <십잠(十箴)>의 내용을 살펴보겠다.
먼저
①첫수(首)는 ‘支’ 운(韻)의 <경천(敬天)>으로, 하늘을 공경하라는 뜻이다. 모든 군자는 하늘을 받들고 천리에 순종하라고 당부한다.
② 두 번째는 ‘支’와 ‘微’ 운(韻)의 <신독(愼獨)>으로, 혼자 있을 때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道理)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하고 조금도 잘못을 짓지 말라고 한다.
③ 세 번째는 ‘庚’, ‘宥’, ‘寒’ 운(韻)의 <정심(正心)>으로, 마음을 바르게 하라는 뜻이다. 늘 성정(性情)을 닦으면서 마음을 곧고 바르게 가지라고 한다.
④ 네 번째는 ‘侵’ ‘元’ ‘寒’ 운(韻)의 <과욕(寡慾)>으로, 욕심을 적게 하라고 한다. 자신의 사욕을 제거하여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줄이란다.
⑤ 다섯 번째는 ‘未’ 운(韻)의 <개과(改過)>로, 허물을 고치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기꺼이 고치라고 당부한다. 《논어(論語)》에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자신을 속이는 잘못이다.(過而不改 是爲過矣)”하였다.
⑥ 여섯 번째는 ‘支’ 운의 <지치(知恥)>로, 부끄러움을 알라는 말이다. 의(義)를 기준으로 해서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행동을 바르게 할 수 있다 하고, 악인(惡人)과 함께하는 것을 항상 부끄러워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⑦ 일곱 번째 수(首)는 ‘眞’ 운(韻)의 <수약(守約)>으로, 요점을 지키라는 뜻이다. 성현의 가르침에 따라 도를 닦고 약속을 지켜라고 말한다.
⑧ 여덟 번째는 ‘遇’ ‘篠’ ‘馬’ 운(韻)의 <행간(行簡)>으로 간략하게 행하라고 한다. 경(敬)으로써 핵심에만 집중하라. 또는 ‘거경행간(居敬行簡)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메시지는 간결하게 전하고 대인관계는 소탈하게 하라는 뜻이다.
⑨ 아홉 번째는 ‘庚’ 운(韻)의 <천형(踐形)>으로, 타고난 바를 실천하라고 한다. 나의 성정과 나의 모습에 걸맞는 보람된 삶을 완전히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⑩ 열 번째는 ‘眞‘ 운(韻)의 <복례(復禮)>로 예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인의 실천을 위해 예의를 되찾으라고 강조했다. 욕심을 누르고 예의범절을 따르라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실천조목인 “예가 아니면 보지 말라(非禮勿視), 예가 아니면 듣지 말라(非禮勿聽),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非禮勿言),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動).”의 ‘사물(四勿)’은 일상의 행동지침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되었다.
*<십잠[十箴] 10가지 교훈적인 글>*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1504)
① 하늘을 공경하라[敬天]
勿謂蒼蒼 푸르기만 하다고 말하지 말라
天實有知 하늘은 실로 알고 있고
勿謂冥冥 아득하기만 하다고 말하지 말라
天維顯思 하늘의 도는 밝기만 하다.
作善降祥 착한 일 하면 상서를 내리니
福祿如茨 그 복록 지붕의 이엉처럼 쌓이리라
不善降禍 착하지 않으면 재앙을 내리니
未免誅夷 주살을 면치 못하리라
凡百君子 모든 군자들은
敬之敬之 공경하고 공경할지어다
有嚴上帝 위엄 있는 상제가 계시어
日監在茲 날마다 이곳을 보고 있나니
[주1] 하늘의 도는 밝기만 하다 : 《시경》 〈주송(周頌) 경지(敬之)〉의 “공경하고 공경할지어다. 하늘의 도가 밝기만 한지라, 천명을 보전하기가 쉽지 않으니, 높고 높은 저 위에 있다고 말하지 말라.(敬之敬之 天維顯思 命不易哉 無曰高高在上)”라는 시구에 나오는 말이다.
[주2] 그 복록 지붕의 이엉처럼 쌓이리라 : 《시경》 〈소아(小雅) 첨피낙의(瞻彼洛矣)〉의 “저 낙수를 보건대 물결이 출렁출렁 흘러간다. 군자가 이르시니 복록이 이엉처럼 쌓였다.(瞻彼洛矣 維水泱泱 君子至止 福祿如茨)”라는 시구에 나오는 말이다.
[주3] 모든 군자들은 : 《시경》 〈소아 우무정(雨無正)〉의 “모든 군자들은 각기 네 몸을 공경할지어다. 어찌 서로 두려워하지 않으리오.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凡百君子 各敬爾身 胡不相畏 不畏于天)”라는 시구에 나오는 말이다.
② 혼자 있을 때 조심하라[愼獨]
勿謂閑居 한가로이 있는 때라 해서
人所不知 남들이 모른다고 말하지 말라
鬼神難誣 귀신을 속이기 어렵고
吾心難欺 나의 마음도 속이기 어렵다.
屋漏之間 남이 안 보는 으슥한 곳,
雖曰隱微 은미하다 말하겠지만
十手所指 열 사람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如弩發機 시위 떠난 화살과 같아라
欲蓋彌昌 넘치는 죄악을 덮으려 해도
言與行違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법
必愼其獨 반드시 그 홀로 있는 때를 삼가서
無或作非 조금도 잘못을 짓지 말라
[주4] 남이 안 보는 으슥한 곳 : 원문의 ‘옥루지간(屋漏之間)’은 남의 눈에 잘 안 띄는 으슥한 곳을 말한다. 옥루(屋漏)는 방의 서북 모퉁이로 중류(中霤)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집안에서 가장 깊숙한 곳이다. 고대에 혈거나 움막 생활을 할 때 지붕의 가운데 구멍을 뚫어 햇빛과 바람을 통하게 하고 낙숫물도 빠지게 한 데서 유래하였다. 《시경》 〈대아(大雅) 억(抑)〉에 “네가 방 안에 있음을 보건대, 거의 옥루에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 밝지 않다고 해서 나를 보는 이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 無曰不顯 莫予云覯)”라고 하였다.
[주5] 열 사람의 손이 지적하고 : 착하지 않은 일을 한 내막을 여러 사람이 다 알고 비난한다는 뜻이다. 《대학장구》 전(傳) 6장에 “소인이 남들 안 보는 곳에서는 못하는 일이 없다가 군자를 본 뒤에는 슬그머니 그 착하지 않은 행실을 덮고 착한 일을 하는 척하지만 남들은 그 사람의 폐나 간을 들여다보듯이 훤히 안다.”라고 하고, 이어 “증자가 말하기를 ‘열 사람의 눈이 보는 바이며 열 사람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이니, 그 무섭구나!’ 하였다.(曾子曰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라고 한 말이 있다.
[주6] 시위 떠난 화살과 같아라 : 원문의 ‘여노발기(如弩發機)’는 쇠뇌의 방아쇠를 놓은 듯하다는 뜻으로, 쇠뇌의 방아쇠를 놓으면 화살이 시위를 번개같이 떠나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말이다. 본문에서는 지난 일을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의미의 비유로 쓰이고 있다.
③ 마음을 바르게 하라[正心]
心爲身主 마음은 몸의 주인이니
與生俱生 태어나면서부터 갖추어진 것이다
澹然方寸 담담한 이 마음
本是虛明 본래 텅 비고 밝은데
一塵之集 티끌 하나라도 앉으면
與接爲構 접촉하는 일마다 갈등을 일으킨다
一念之差 생각 하나 차이로
乃禽乃獸 새나 짐승이 되는 법
涵養性情 성정(性情)을 함양하여
興發善端 선심의 단서를 일으키면
火燃泉達 불이 타오르듯 샘이 솟듯 하리니
擴充何難 확충하는 게 뭐에 어려우리
[주7] 접촉하는 일마다 갈등을 일으킨다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의 “큰 지혜는 한가하고 너그럽지만 작은 지혜는 사소한 일을 따지며, 큰 말은 담담하여 시비의 구애를 받지 않지만 작은 말은 수다스럽기만 하다. 속물들은 잠들어도 꿈을 꾸어 마음이 쉴 사이가 없고, 깨어나서는 신체가 외계의 욕망을 받아들여, 접촉하는 사물마다 갈등을 일으켜 날마다 마음속에서 싸운다.”라는 대목에 보이는 말이다.
④ 욕심을 적게 하라[寡慾]
人之有身 사람에게 몸뚱이 있어
爲慾所侵 욕심의 침해를 받는다
紛紛擾擾 분잡하고 요란스럽게
茅塞于心 마음을 띠풀로 채운 듯하다
能寡而寡 욕심을 줄이고 줄인다면
不亡者存 사라지지 않는 이치가 남으리라
不知所寡 욕심을 줄일 줄 알지 못하면
雖存猶昏 살아 있어도 정신은 어둡다
克祛己私 자기의 사욕을 제거하여
忽使滋蔓 자라지 말도록 하라
意罹其殃 마침내 마음이 욕심의 재앙에 걸려들면
誰咎誰怨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랴.
[주8] 사라지지 않는 이치가 남으리라 : 주희(朱熹)가 쓴 〈연평 이 선생을 제향하는 글(祭延平李先生文)〉에 “선생의 영전에 엎드려 곡하며, 폐백을 올려 전을 올린다. 선생은 가셨어도 사라지지 않는 이치 남아 있으니, 그 정성 어린 말씀 거울 삼으리.(伏哭柩前 奉奠以贄 不亡者存 鑑此誠音)”라는 대목이 보인다.
⑤ 허물을 고치라[改過]
君子之過 군자의 허물은
如日食旣 해에 일식이 있는 것과 같다
始雖遭傷 처음엔 허물을 인정하면 속이 상하겠지만
改之爲貴 그래도 고침이 귀함이 있는 것이다
有玷斯磨 옥돌의 흠이야 갈면 되고
有疾斯諱 몸의 병이야 숨기면 되겠지만
兢兢夔夔 허물은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益加嚴畏 더욱 엄격하게 경계해야 한다
不憚不吝 고치는 것을 꺼리거나 아끼지 말아서
勿悖吾氣 나의 기운을 어그러뜨리지 말라
不遠祗復 머지않아 다만 회복되리니
君子之謂 바로 군자를 말하는 것이로다
[주9] 옥돌의 흠이야 갈면 되고 : 《시경》 〈대아(大雅) 억(抑)〉에 “흰 옥돌에 있는 흠은 갈아서 없앨 수 있거니와 이 말의 흠은 다스릴 수가 없다.(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라고 하였다. 《논어》 〈선진(先進)〉에, 남용(南容)이 이 시를 하루에 세 번 반복해서 외우자(三復白圭) 공자가 칭찬하며 조카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주10] 몸의 병이야 숨기면 되겠지만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자로(子路)는 사람들이 자신의 허물을 말해 주면 기뻐하였다.(子路 人告之以有過則喜)”라고 하였는데, 그 주희의 주에 “지금 사람들은 허물이 있으면 남이 바로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아, 마치 질병을 숨기고 의원을 꺼려 차라리 그 몸을 망치더라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는 대목이 보인다.
[주11] 머지않아 참모습으로 돌아오리니 : 《주역》 〈복괘(復卦) 초구(初九)〉에 “멀리 가지 않고 되돌아오니,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크게 길하다.(不遠復 无祗悔 元吉)”라고 하였는데, 모든 것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⑥ 부끄러움을 알라[知恥]
心之羞愧 마음으로 부끄러워하는 것은
惟義之爲 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恥不若人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면
乃行之宜 곧 행실의 마땅함이리라.
與惡人立 악한 사람과 함께 서 있으면
常懷忸怩 항상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以暗來投 몰래 마음을 의탁하나
其顙有泚 이마에는 땀이 흥건해진다.
衣錦何榮 비단옷이 무에 영광스러우며
抱關何卑 미관말직이 무에 천하겠는가
有恥且格 부끄러워하고 또 착하게 되면
庶免厥疵 그 잘못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주12] 미관말직 : 원문의 ‘포관(抱關)’은 문지기를 말한다. 맹자는 “가난 때문에 벼슬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집안이 가난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높은 자리나 녹봉이 많은 것을 사양하고 포관이나 격탁(擊柝) 같은 일을 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주13] 부끄러워하고 또 착하게 되면 : 《논어》 〈위정〉에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이 부끄러움을 알아 착하게 될 것이다.(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라는 말이 있다.
⑦ 요점을 지키라[守約]
人之善道 사람이 선(善)을 행하는 도(道)는
莫如修身 몸을 수양하는 것만 한 게 없으니
修我之身 나의 몸을 닦아
推以及人 미루어 남에게 미친다
所守雖約 지키는 것은 간략해도
施及無垠 그 혜택은 무한한 것
道是吾有 도는 내가 소유한 것이고
人是吾民 사람은 나의 백성이다
旣爲吾民 이미 나의 백성이 되었으면
當飮吾仁 나의 어짊을 받아들여야 하고
務明已學 힘써 이미 배운 것을 밝혀서
聖訓是遵 성현의 가르침을 따르라
⑧ 간략하게 행하라[行簡]
以敬行簡 경(敬)으로써 간소히 행하면
中嚴有主 마음이 엄숙하여 주인이 되지만
以簡行簡 간소함으로써 간소함을 행하면
疏失法度 소홀해져서 법도를 잃는다
簡豈徒簡 간략함이 어찌 그냥 간략이겠는가
惟敬是保 오직 경을 마음에 보존해야 한다
所以臨民 이렇게 하여 백성에게 임하면
不煩不擾 번거롭지도 않고 소란하지도 않으리라
人而無敬 사람이면서 공경의 마음이 없으면
有同牛馬 소나 말과 진배없다
自處自治 스스로 마음을 두고 다스리는 데는
無如敬者 경의 마음만 한 것이 없다.
[주14] 간략하게 행하라 :《논어》 〈옹야(雍也)〉에, 중궁(仲弓)이 “경에 처해 있으면서 간략함을 행하여 인민을 대한다면 정말로 좋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간략함에 처하여 간략함을 행한다면 지나치게 간략하지 않겠습니까.(居敬而行簡 以臨其民 不亦可乎 居簡而行簡 無乃大簡乎)”라고 하였는데 공자가 그 말을 옳다고 인정한 대목이 있다. 이 대문의 주석에 있는 내용이 이 잠(箴)에 많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소개해 둔다. “스스로 처하기를 경으로써 한다면 마음에 주인이 있어 스스로 다스림이 엄격할 것이니, 이렇게 하고서 간략함을 행하여 백성들에게 임한다면 일이 번거롭지 않고 백성들이 소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먼저 간략함으로 자처한다면 마음에 주인이 없어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이 소홀해질 것이다. 그런데 행동을 또 간략하게 한다면 어찌 너무 간략함에 잘못되어 지킬 만한 법도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백자가 의관을 정제하지 않고 거처하자, 공자께서 그가 사람의 도리를 우마와 동일시하려 한다고 비판하셨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백자는 아마도 너무 간략한 자일 것이다. 그러므로 중궁이 부자께서 지나치게 허여하신 것으로 의심한 것이다.[自處以敬 則中有主而自治嚴 如是而行以臨民 則事不煩而民不擾 所以爲可 若先自處以簡 則中無主而自治疎矣 而所行又簡 豈不失之太簡 而無法度之可守乎 家語記伯子不衣冠而處 夫子譏其欲同人道於牛馬 然則伯子蓋太簡者 而仲弓疑夫子之過許與]”
⑨ 타고난 바를 실천하라[踐形]
萬物之生 만물은 생겨날 때
皆有其形 모두 그 형체가 있었고
有形有則 형체가 있으면 법칙이 있으니
道所以行 도가 이 때문에 행해진다
衆人蚩蚩 보통 사람들은 어리석어
乃迷厥生 마침내 그 생을 방황한다
惟聖先覺 오직 성스러운 선각자는
能稱其名 그 이름에 걸맞게 하여
能踐我形 나의 타고난 형체를 실천하고
能盡性情 나의 성정을 다 발휘한다
充然無歉 채우고 부족함이 없으니
然後理明 그런 뒤에야 이치가 밝아진다.
[주15] 타고난 바를 실천하라 : 이 잠(箴)은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형색은 천성이니, 오직 성인만이 형색을 실천할 수 있다.(形色 天性也 惟聖人 然後可以踐形)”라고 한 맹자의 말과 집주(集註)에 나오는 주희와 정이(程頤)의 주석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주석에 언급된 내용 중 본문의 내용과 관계가 깊은 것만 소개한다. 주희의 언급이다. “대개 일반 사람들은 이 형체를 가지고 있으나 그 이치를 다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 형체를 실천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성인은 이 형체를 가지고 있고, 또 능히 그 이치를 다하니, 그러한 뒤에야 그 형체를 실천하여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蓋衆人有是形 而不能盡其理 故無以踐其形 惟聖人有是形 而又能盡其理 然後可以踐其形而無歉也)” 정이의 언급이다. “이는 성인이 인도를 다 얻어 능히 그 형체를 충만하게 함을 말씀한 것이다. 사람은 천지의 정기를 타고 태어나 만물과 같지 않으니, 이미 사람이 되었다면 모름지기 사람의 도리를 다 얻은 뒤에야 그 명칭에 걸맞은 것이다. 일반 사람은 이것을 가지고 있지만 알지 못하고 현인은 이것을 실천하지만 다하지 못하니, 능히 그 형체를 채우는 사람은 오직 성인뿐이다.(此言聖人盡得人道而能充其形也 蓋人得天地之正氣而生 與萬物不同 旣爲人 須盡得人理 然後稱其名 衆人有之而不知 賢人踐之而未盡 能充其形 惟聖人也)” 양시(楊時)의 언급이다. “하늘이 백성들을 내실 때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으니, 물은 형색이요, 법칙은 성이다. 각기 그 법을 다한다면 형체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天生烝民 有物有則 物者 形色也 則者 性也 各盡其則 則可以踐形矣)”
⑩ 예로 돌아가라[復禮]
仁爲全德 인(仁)은 마음의 온전한 덕이니
本在吾身 본래 나의 몸에 있다.
爲仁由己 인을 실천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지
匪由他人 남을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淨盡私慾 깨끗이 사사로운 욕망을 없애
勿爲所陻 인이 막히게 하지 말라
一日之克 하루 동안 극기복례 하면
其機甚神 그 변화가 신명과 같다
能復於禮 예로 돌아갈 수 있다면
日新又新 날마다 새로워질 것이다
孰曰天下 누군들 ‘천하가
不歸吾仁 나의 어짊에 귀의하지 않으리오?’라고 말하겠지.
[주16] 예로 돌아가라 : 이 잠(箴)은 《논어》 〈안연(顔淵)〉 모두에, 안연이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자기의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니, 하루라도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간다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그 인을 인정할 것이다. 인을 실천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남을 통해서 하는 것이겠는가.(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라고 한 말과 그 주석의 말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