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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국화(菊花)와 술(酒)

작성자수돌이(최찬집)|작성시간26.06.19|조회수0 목록 댓글 0

 

 

<거제도 국화(菊花)와 술(酒)> 고영화(高永和)

 

국화라면 단연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떠오른다. 이 시를 읊조리다 보면 국화의 매력과 향기에 흠뻑 빠져든다.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시 ‘음주(飮酒)’에서 “가을 국화가 아름다워서 이슬에 옷을 적시며 그 꽃을 따네. 시름을 잊게 하는 술에다 띄워 세상을 버린 내 심사를 멀리하노라”라고 노래했다. 이때부터 술은 근심을 잊게 해준다 하여 망우물(忘憂物)로 불렸다. 망우물(忘憂物)은 근심을 잊게 하는 물건으로 술(酒)의 별칭이다. 漢나라 때부터 술에 국화 꽃잎을 띄워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건강장수와 정신순화에 좋은 작용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화를 먹는다’라는 ‘식국(食菊)’이란 말이 있다. 과거 조상들은 양기가 가장 치성한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이 무렵 피는 작고 향기가 진한 국화꽃을 완상하면서, 술 위에 국화꽃잎을 띄워 국화주를 마셨다. 거제유배객 '정황' '김창집' '이윤' '김진규' '송시열'은 모두 "거제재래종 국화꽃잎을 막걸리에 띄워놓고 옛 시절 떠 올린다"며 거제국화를 찬양했다.

 

1) 국화(菊) / 김진규(金鎭圭 1658∼1716).

月移瘦影上窓扉 그림자 희미한 달이 옮겨가 문짝 창 위로 떠오르고

風送寒香入酒卮 바람은 찬 향기를 보내 술잔 속에 들어가네.

花葉伴人憔悴甚 꽃잎이 사람과 짝하여 심히 초췌한데

與君相慰更相悲 국화와 더불어 서로를 위로하니 더욱더 슬퍼진다.

옛사람들이 말한, '향기를 듣는다'(聞香ㆍ문향)는 멋스러움에 어울릴 만한 꽃이 난초 다음으로 국화일 듯하다. 국화가 지금도 지조와 단아한 품격을 갖춘 옛 선비를 떠올리는 꽃으로 기억되는 것은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덕분이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거제시는 매년 거제면 농업개발원에서 '거제섬 꽃축제'를 연다. 모진 서리가 내려 뭇 꽃이 속절없이 다 시든 뒤에도 오롯이 꽃을 피우는 그 꿋꿋한 기상을 기려 옛 선비들은 ‘오상고절(傲霜孤節)’ 또는 ‘오예풍로(傲睨風露)’라고도 했다. 은일과 절조의 상징으로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국화의 은근한 아취를 '거제섬 꽃축제'에서 즐겨보자.

 

2) 중양절에 국화를 읊다(重陽咏菊) / 정황(丁熿 1512∼1560)

瘴餘羸體怯初寒 풍토병에 파리한 몸, 첫 추위에도 겁이 나고

吟擁煙床苟就安 연기 덮인 평상에 신음하며 웅크리니 겨우 편해지네.

徹夜霜風情思薄 밤을 새운 가을 단풍은 정념에 야박하고

粧籬雨菊操標端 울타리에 심은 비 맞은 국화, 지조의표 단정하다.

北窓朝閉阻顔色 북창은 아침까지 닫혀 안색을 막고

南日晩升巍野冠 남쪽 해는 늦게 올라 들녘에 높이 떴네.

三嗅馨香仍獨翫 향기를 여러 번 맡으며 홀로 완상하니

可憐無路薦金槃 이슬 받은 금 쟁반 올릴 길 없어 가련하다.

 

3) 달빛에 국화를 보며(月下對菊) / 1691년 김진규(金鎭圭 1658∼1716).

黃花開正好 국화꽃이 만개하니 정말 좋은 시절에

皎月光又盈 밝은 달빛 또한 교만하네.

惜無一樽酒 한 동이 술이 없어 애석하나

寫此三秋情 세 번째 가을 맞아 쓸쓸한 생각 떨친다.

幽吟風露下 바람에 이슬 내려 그윽이 읊어보니

景淸詩亦淸 맑은 햇살에 시(詩) 또한 맑도다.

心期寄東籬 마음속 기약에 동쪽 울타리로 다가간다.

嗟我復爾生 아~ 나는 너와 다시 태어나리라.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꽃을 따다가 한가로이 남쪽 산을 바라본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저물 녘 산기운 아름답고, 새들은 날아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자연 속에서 유일자적하는 은사(隱士)의 심경을 담고 있는, 천고의 걸작으로 칭송되는 구절이다. 동리국은 국화를 읊조리는 동아시아 문사들의 원형(原型,archtype)이 됐는데, 여기에 은사와 벗하는 예쁜 꽃, 또는 여인의 이미지를 덧붙여 동리가색이 되었다. 은사 자신의 이미지를 이입해 ‘동리군자(東籬君子)’라고 하기도 한다. 조선조의 실학자 홍만선의 ‘산림경제’ 양화편(養花篇)에 이런 말이 나온다. “도연명이 아끼던 동리국은 자줏빛 줄기의 노란 꽃인데, 국화의 본성이 서향을 좋아하므로 동쪽 울타리에 심는다.” 국화는 가을이 깊어갈 무렵이 가장 화사하다. 울긋불긋 코스모스가 가을의 시작을 알리면 무서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담스럽게 피어나 깊은 향기를 내뿜는 국화는 가을을 마무리한다. 국화는 종류만큼이나 피는 시기도 달라 5~7월에 피는 것을 하국(夏菊), 8월에 피는 8월국, 9~11월에 피는 추국(秋菊) 및 11월 하순부터 12월에 걸쳐 피는 한국(寒菊)으로 나눈다. 우리나라는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고려사'를 보면 고려 의종(1163) 때 왕궁의 뜰에 국화를 심고 이를 감상했다는 기록이 있어 오래전부터 국화가 사랑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4) 영감국(咏甘菊) 국화를 읊다. / 정황(丁熿 1512∼1560)

愛汝都忘病怯寒 병중 매서운 찬바람에 사랑스런 너를 다 잊었다가

黃昏鎌月共吾看 황혼에 뜬 그믐달을 맞아 공히 바라본다.

徊徨不忍輕歸去 배회하다가 참지 못해 재빨리 돌아가

不忍容華一夜殘 그대 고운 모습 그리며 잠 못 드는 하룻밤.

 

5) 중양절(重陽節) 시름(愁) / 김창집(金昌集 1648∼1722)

枯筠誰祝能生筍 시든 대나무에 죽순이 돋아난다고 누가 기뻐하리오.

秋菊堪餐或掇英 가을 국화 꽃잎 주워 먹고 싶어 견디기 힘드네.

緬仰前脩嗟莫及 선현들을 아득히 우러러 봐도 한탄이 미치지 않겠지만,

楚些吟斷有餘情 죽은 이의 초사를 읊다가 남은 정(情)에 소리 끊어진다.

 

6) 국화로 답하는 주인(菊答主人) / 정황(丁熿 1512∼1560)

曾與凡蔬棄裔蠻 일찍이 흔한 푸성귀(국화), 남쪽변방에 버려져

幾回開落瘴煙寒 오래도록 장기 품은 안개와 추위 속에 몇 번이나 피고 졌나.

薦身閒徑知音晩 한가한 길에서 몸 바치니 국화는 쇠했는데

孤笑嚴霜見賞難 혹독한 서리 속, 외로운 웃음에 마음 두기 어렵네.

解泛枯椰成錯擬 마른 야자나무를 풀어 띄워 실수할까 걱정했지만

卽安幽室負餘歡 그윽한 집을 편안히 여기면 넉넉한 기쁨이 있구나.

且將黃白能深淺 장차 황백색으로 깊고 얕음을 더할 것이니

不用臨風强却看 풍경에 임하여 억지로 보라고는 않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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