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의 첫 발표작이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지신이 몸담고 있는 조선일보에 발표한 시다. 이 시는 문단에 충격을 준 시다. 외국의 쓰레기 산조를 듣는 것만 같은 싸구려 시들이 범람할때 이런 시가 등장을 한 것이다.
바로 고향의 정주성을 노래한 시였다. 한편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묘사가 돋보이는 것이다. 아마도 당시는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 시를 읽었을 때 초등학교 다닐 적에 만화책에서 불나비 시리즈를 본 적이 있었다. 김민이라는 화가가 그린 만화들이었다.
그 만화에서 이런 풍경이 나왔다. 늙은 메기 할머니와 같이 사는 주인공...무너진 성터에서 살고 있던 주인공...그 주인공이 당대 최고의 무사가 되는 이야기....아니 그만큼 뛰어난 시인의 출현에 당시 문단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정주성 ( 定州城 )
산텃 원두막은 비었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 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무너진 성(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山)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
한울빛간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
이다
아주까리 : 피마자, 씨는 기름을 짜는 대극과(大戟科)의 일년생풀.
쪼는 : 기름이 타 들어가는.
한울 : 하늘.
청배 : 청배나무의 열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