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살이도 그런 것 같다.
살아온 지난 일들을 되돌아 보면
좋지 않았던 일들은 잊혀져 버리고
좋았던 일만 기억에 되살아 나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난 일들에는 안 좋은 일 보다는 좋은 일을 떠 올리려 한다.
당시에는 참기 힘들 만큼
말썽이란 말썽을 부려서 홧김에
지인을 불러서 줘 버린 세파트에 대한 추억들이 자꾸 되살아 나는 것이
이제 지난 세월이 되고 나니 그 개의 못됐던 일 보다는
좋은 일이 우선 떠 오르는 것이다.
내가 개를 너무 좋아해서 개를 기르지
아내는 개를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그런 아내가 지금도 가끔씩 그 때의 멋진이를 떠 올리면서
그 개를 그리워 하고 있다.
멀리 운동을 나갈 때마다 옆에서 아내를 지켜 주던 개.
아주 먼 곳까지도 따라 다니면서 보디 가드역할을 했던 멋진이였다.
사람들을 만나면 주인 옆에 더 가까이 붙어서
주인을 보호 하려고 하는 개.
어느 날 저녁 무렵에 뒷동산을 올라갔을 때 개가 옆에 따라 붙었다.
아내 혼자서 산행을 하고 내려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저 산 자락 아래서 이상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주 요란한 소리들은 한 두마리의 소리가 아닌 무리지어진 소리들...
가만히 발을 멈추고 내려 다 본 곳에는 벼 가마 보다 큰 멧돼지가 얼른 봐도
열 다섯 마리는 넘어 보이는 것들이 땅을 파고 있다가
인기척을 들었는지 바로 아내가 서 있는 옆으로 치 달아 올라오는 것을 보고
아내는 기겁을 하고 그 자리에 얼어 붙어 서 있었는데..
혹시 개가 짖으며 쫓아 갈까봐 겁이 덜컥 난 아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멋진아 조용히 있어"
그러자 멋진이는 알았다는 듯이 아내 옆에 가만히 앉아서
옆으로 뛰어 올라가는 멧돼지 무리들이 다 갈 때까지 아내 옆에 있었다고.
세 무리로 올라가는 멧돼지가 다 갈 때가지 아내는 간이 콩알만 했었단다.
"멋진이가 가만히 내 옆에 앉아 있었으니 망정이지 우리는 그날 모두 돼지 밥이 될뻔 했어요"
아내는 그런 말을 하면서 그놈을 그리워 하고 있다.
세파트 멋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