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禪軒 독서일기 2026년 6월 23일 화요일]
《 『환단고기』 [고구려국본기] <대변경 고주몽 조왈 삼진>》 (56)
大辯經曰 高朱蒙聖帝 詔曰 天神造萬人一像 均賦三眞 於是 人其代天而能 立於世也 況我國之先 出自北夫餘 爲天帝之子乎
哲人 虛靜戒律 永絶邪氣 其心安泰 自與衆人 事事得宜 用兵 所以緩侵伐 行刑 所以期無罪惡 故 虛極靜生 靜極知滿 知極德隆也 故 虛以聽敎 靜以筐矩 知以理物 德以濟人 此乃神市之開物敎化 爲天神通性 爲衆生立法 爲先王完功 爲天下萬世 成智生雙修之化也
[대변경]에 고주몽 성제가 조서를 내려 이르기를 “천신께서 만인을 하나의 똑같은 모습으로 만드시고는 고르게 삼진을 주시었다. 이에 사람이 그 하늘을 대신하는 능력으로 세상에 서게 되었다. 하물며 우리나라의 선조는 북부여로부터 나온 천제의 아들이 아니더냐! 깨달은 이는 겸허하고 고요하게 계율을 지키며 사특한 기운을 영원히 끊어 그 마음이 안락하고 태평하여 스스로 많은 사람과 어울려서 하는 일마다 마땅함을 얻는다. 병력을 쓰는 까닭은 침범과 정벌에 유연하게 대처함이고, 형을 집행함은 죄악을 없앨 것을 기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환히 비우면 고요함이 생기고, 고요함이 깊으면 지혜가 가득해지고, 지혜가 가득하면 덕이 두터워진다. 그러므로 마음을 비워 가르침을 듣고, 고요한 마음으로 사리를 헤아리고, 지혜로 사물을 다스리며, 덕으로 사람을 구제한다. 이것이 곧 신시 때에 만물을 개화하고 교화하여, 천신을 위해 성품을 통하고, 중생을 위해 법을 세우고, 선왕을 위해 공을 완성하며, 천하 만세를 위해 지혜와 생명을 나란히 닦는 교화를 이룩함이다”라고 하였다.
[논주] 이 말이 고주몽이 직접 한 말인지, 당시의 사관이 만들어 전해진 말인지, 후세에 어느 학인이 지은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 중기 사람 이맥이 태백일사를 편집할 때에 전해오는 어떤 자료를 보고 옮겨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어 과거인들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그대로 해당한다.
“天神造萬人一像 均賦三眞 천신께서 만인을 하나의 똑같은 모습으로 만드시고는 고르게 삼진을 주시었다”는 말은 현대의 만인 평등 사상과 민주주의 원리이다. ’천신‘, 즉 서양과 동양에서 절대자로 상정하여 받들어 모시는 하느님이 사람을 만들었는가 하는 문제는 종교와 사상마다 생각과 주장이 달라서 깊이 따질 계제가 아니지만, 일단은 ’천신‘의 절대성을 인정하더라도 그분이 인간을 처음으로 만드실 적에 눈, 귀, 코, 입, 체형, 성질에 차등을 두고 만드시지는 않았음은 분명하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판화 작품처럼 똑같지 않다. 물론 생긴 모양에서 조금씩 다르지만 신체와 정신의 구조와 기능이 똒같다. 생물에게는 번식이 중요한데, 지구상의 어느 곳에 사는 남녀라도 번식기에 든 상태이면 잉태가 가능하다.
그런 인간에게 천신이든 자연 진화이든 간에 신체와 함께 똑같이 주어진 것이 마음이다. 천신은 이 마음속에 삼진(三眞)을 내장시켜서 인간에게 주었다. 그런데 이 내장된 삼진을 인간 모두가 발견하여 사용하는 게 아니다. 이 마음속에 내장된 삼진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품질이 달라진다. 발견하는 자는 철인이 될 수 있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자는 그냥 한 생물대로 본능에 따라 살다가 죽는다. 이 글에서 고주몽 성제께서 목표로 하는 인간상은 철인(哲人)이다. 물론 고주몽 선제의 입을 빌려서 말하지만 사실은 우리 조상들 중의 어느 선현(先賢)의 말씀으로 우리 겨레의 보편적인 가치관이다.
철인은 사적으로는 ’虛靜戒律 永絶邪氣 其心安泰‘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사회와 나라의 지도급 인물이 되면 ’自與衆人 事事得宜‘하여 나라를 평화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과거나 현재나 마음이 욕심과 사기(邪氣)로 가득 차 자기 스스로가 불안하고 위태한 인물이 사회와 나라의 지도급 위치, 더 높이는 국왕의 자리, 현대에는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있는 시대에는 온 세상에서 통곡소리가 요란하다.
철인이 되는 첫걸음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마음은 소통의 공간이다. 오관을 통하여 들어온 욕망이 쌓이고 쌓여 지체되면 썩어 냄새가 난다. 마음에 쌓인 욕망은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고 마음을 부패시킨다. 그 썩는 냄새는 이웃에까지 퍼진다. 그러므로 들어온 욕망을 빨리 설사처럼 배출해버려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야 빈 마음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마음이 환히 비어져 싱싱하면 느낌과 생각이 싱싱해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에서 배우고 익히게 되어 더 새로운 느낌과 생각으로 발전하고, 이 생각들이 안정하여 일정한 형태를 이루면 지혜가 된다. 지혜가 무르익으면 저절로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넓고 깊어지면서 덕이 쌓인다. 덕이 높이 쌓이면 다툼과 싸움이 저절로 녹는다.
삼진(三眞)은 곧 心智德-마음, 지혜, 덕망이다.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는 하늘이 부여해준 본성(本性)이 있다. 그 본성을 빨리 똑바로 찾아내어 잘 갈고 닦아 지혜의 통로를 거쳐 덕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인간 생명의 원리이다.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역사와 집단으로서의 민족의 역사, ’天神造萬人一像‘의 인류의 역사의 핵심은 본성의 발견과 수양이다. 광막한 황야와 같은 시공을 걸어가는 인류에게 처음부터 안정과 평화는 없었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나침반 하나는 갖고 있다. 인류는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꾸준히 걸어갈 것이다. 혹여 미래 언젠가 핵전쟁이 터져 인류가 전멸하더라도, 반드시 살아남은 인류의 자손들이 있어 계속하여 나침반을 보며 미래를 향해 걸어갈 것이다.
’大辯經曰‘로 표현된 이 말들이 유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논리보다 인간과 인생을 보는 안목이 훨씬 넓고 깊다. 유학의 논리는 수재와 영재 중심으로서 오로지 과거 급제라는 한 길을 통한 입신양명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 글은 인생의 목표가 단순하게 입신양명이 아니라 마음, 지혜, 덕망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 자기를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