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산 다녀온 다음날 아침
몸을 뒤척여 봅니다.
어디 한 곳 뻐근하거나 불편한 데가 없네요.
입가에 빙긋이 웃음이 번지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옵니다.
“혜전, 아직 살아있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서산 황금산.
물때를 기가 막히게 맞춰 주신 남도님 덕분에,
바닷물이 확 빠져나간 신비로운 바닷길을 온전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지요.
서울서 출발 할 때와 다르게 태양이 강렬하지 않고
흐린 날씨였지만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발밑으로는 제멋대로 흩뿌려진 울퉁불퉁한 돌멩이와
날카롭게 솟은 뾰족뾰족한 바위, 자갈들이 무질서하게 섞여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오로지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일념 하에,
온 신경을 발끝에 집중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디뎠습니다.
일행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되었기에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추자도 나바론길을 연상케 하는 고갯길에서는
발이라도 삐끗할까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가고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코끼리 바위 앞에 도착했습니다.
웅장한 자태에 압도되어 잠시 숨을 돌리며 멋진 인증샷을 남겼지요.
이어서 산을 향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습니다.
해변길보다야 수월하였지만,
여전히 땀은 비 오듯 흐르고 위로 위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바닷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고 걸었던 탓인지, 잠시 허벅지가 후들거렸습니다.
숨을 고르고 다시 금굴로 내려가
신비로운 동굴을 탐험하며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탁 트인 해변에서 꿀맛 같은 점심을 즐겼지요.
하산을 위해 다시 그 가파른 산을 올라갔다가,
처음 출발지였던 주차장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산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 종일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흙길이었습니다.
거친 바윗길에 지친 발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했지요.
산에서 내려와 찾아간 곳은 삼선수목원이었습니다.
거칠었던 오전의 여정과 달리, 이곳은 온전히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란 금개국 물결이 바람에 넘실거렸고,
고개를 들어보니 튤립나무 꽃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요.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두를 것 없이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걸으며 꽃향기를 만끽했습니다.
거친 호흡은 가라앉고 마음은 평온해졌습니다.
수목원까지 온전히 한 바퀴를 돌고 나서야 서울로 귀환했습니다.
너무 무리한 건 아닐까,
자고 나면 허벅지며 무릎이 꽤나 아플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웬걸요.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합니다.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서울은 엄청 더웠다는데 서산 황금산과 삼선수목원은 시원했습니다.
바닷바람과 강렬한 햇볕에 얼굴은 그을려 까맣게 탔어도,
몸이 이렇게 가벼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