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 반년 남짓한 시간을 시댁에서 보냈습니다. 요즘 세대라면 손사래를 치며 피했을 고된 시집살이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무렵의 저는 밤늦게야 퇴근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어스름이 짙어진 밤, 지친 몸으로 문을 열면 어김없이 나만을 위한 늦은 며느리 밥상이 따뜻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서울 친정집에선 구경조차 해본 적 없던, 투박하게 쪄낸 푸르스름한 호박잎이 쌈장과 함께 자주 올라오던 기억이 납니다. 까슬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잎사귀에 밥 한 술 얹어 삼키며,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달래곤 했습니다.
이제는 내가 그 시절 시어머니의 나이를 지나 6070 세대가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 세대에게 며느리와 한집에 살라고 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 텐데, 매일 밤 늦게 오는 며느리를 위해 따뜻한 밥상을 따로 차려내는 정성이라니요. 만약 지금 나더러 그렇게 하라면 과연 군소리 없이 해낼 수 있을까, . 나이가 깊어질수록, 그 시절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호박잎 밥상이 얼마나 큰 사랑이자 눈물겨운 배려였는지 비로소 가슴에 와닿습니다. 지금도 호박잎을 볼 때마다 삼삼하게 피어오르는 시어머니 .
농사 솜씨가 아직 미숙한 탓에, 그저 넓은 자리를 넉넉히 채워주며 수월하게 자라는 호박과 가지, 노각 밭에 잔뜩 심었습니다. 예전처럼 대량으로 농작물을 판매하는 게 아니다 보니, 박스를 다양한 크기로 마련하지 않고, 10kg용 박스만 준비되어 있어서....
자잔하게 드리지 못하고,,,,,
앞으로 2주쯤 지나 육쪽마늘 수확하는 날, 푸르른 호박잎도 단 열 장씩이라도 따서 함께 넣어 보내드리려 합니다.
도시의 식탁에서는 좀체 만나기 힘든, 시골 흙내음 가득한 토종의 맛이겠지요.
넓적한 호박잎 한 장을 펼칠 때마다 그 옛날 며느리를 기다리던 어머니의 달그락거리는 부엌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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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느리게걷기 작성시간 26.06.05 저도 호박잎쌈을 좋아합니다
저는 외할머니를 추억하는 맛이구요
서울 끝자락이어서 텃밭이 있었는데
엄마가 호박을 심어서 호박잎쌈을 먹게
해주시며 신기해하셨어요
외할머니가 저를 온실속에 화초로 길러서
나를 힘들게하냐고 하셨지만.. 다음생이 있다면 다시 딸로 태어나서 못한 엄마노릇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하셨지요
시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셨네요 -
작성자미연 작성시간 26.06.06 시부모님 안계신 막내에게 시집갔어요.
잘 했을거 같은데
또 한 편 생각하면
편하게 살아왔다 싶어요. -
답댓글 작성자민송 작성시간 26.06.06 저두 시어머니 계셨으면 사랑을 받았던지 아니면 시어머니가 내손에 잡히셨을듯ㅎ어미복없는뇬은 시엄마복도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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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순덕 작성시간 26.06.06 입맛없어 밥 못먹을때 호박잎 열무걷절이로 입맛을 찾았지요
냉동실 얼려놓은 호박잎이 있습니다 ㅎ
그때 그때 바로 따서 쩌야지 맛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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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슬방울 작성시간 26.06.06 혼자서 다드시구 나는 안주고 흐 미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