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휴헐처에서 따끈한 쌍화차를 마시며,
은은하게 울리는 신비로운 풍경 소리에 취해
달콤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습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남편에게 가볍게 말을 건네고는,
평소와 다르게 핸드폰이 든 가방까지 자리에 둔 채
빈 몸으로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핸드폰을 두고 간 것을
이토록 후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화장실은 무척 깔끔했습니다.
기분 좋게 들어가 문을 꼭 잠근 뒤 볼일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가기 위해 잠금장치를 툭 돌리고 문고리를 밀어내는데,
어라? 문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겁니다.
'어, 왜 이러지?'
불안한 예감에 다시 한번 잠금장치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문을 밀어보았지만,
문은 마치 거대한 벽이 되어버린 듯 단단히 닫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을 하얗게 스친 생각은
'핸드폰을 안 가져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
홧홧한 열기가 확 올라왔습니다.
사방이 꽉 막힌 좁은 공간에 갇히자,
순식간에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이 턱 막혔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에 간 걸 아는 남편이 있으니
'기다리다 안 오면 찾으러 오겠지' 하며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에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고,
일분일초가 몇 시간처럼 길게 늘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냥 잠금장치만 돌리며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화장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밖에 누구 없어요?!"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순간, 아까 금선사에 막 올라왔을 때만 해도 제법 보였던 관광객들이
화장실에 들어올 때쯤엔 거짓말처럼 한 명도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 나 진짜 여기 갇힌 건가?'
하는 생각에 절박한 심정이 되어,
연신 문을 두드리며 밖에 누구 없느냐고 외쳤습니다.
잠깐의 정적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밖에서
서성이는 사람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밧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힘주어 문을 두드리며 외쳤습니다.
"화장실 문이 잠겼어요! 도와주세요!"
절박하게 부르짖으며 손으로는 계속 잠금장치를 돌렸습니다.
그때, 바깥쪽에서 '철컥'하며 문고리를 돌리는 감각이 전해졌고,
이내 그 완강하던 문이 스르륵 열렸습니다.
눈부신 바깥 빛과 함께 눈앞에 나타난 분은
다름 아닌 인자한 모습의 비구 스님이셨습니다.
살았다 싶어 막혀 있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이 잠겼어요..." 하고 넋이 나간 채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 저를 지그시 바라보시며 툭 던지듯 물으셨습니다.
"누가 잠갔습니까?"
"제가 잠갔지요."
"그럼 잠근 사람이 열어야지요."
"그런데 안 열렸어요."
"문은 잠근 사람이 여는 겁니다."
탈출의 순간, 기가 막히게도 한 편의 선문답(禪問答) 같은
기묘하고도 유머러스한 대화를 나누며
저는 서둘러 화장실을 빠져나와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휴헐처로 향했습니다.
화장실에 갇혀 있던 시간이 바깥세상에선 그리 길지 않았던 모양인지,
남편은 그저 세상 편안하고 여유로운 얼굴로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화장실에 갇혀 답답했던 저와 달리 평온하기 그지없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화장실에 갈 때는 '
핸드폰'을 분신처럼 꼭 챙겨야겠다고 깊이 다짐해 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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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민송 작성시간 26.06.09 혜전 그쵸 거긴 어딘가에 으스스함이
깔려있었어요 남편도 그렇다하고.그래서그냥 뒤돌아서 했슈 -
작성자자향 작성시간 26.06.09 오장칠부 핸폰을 화장실에 안 가져 가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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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혜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9 그렇군요
오장칠부 ㅎㅎㅎ -
작성자순덕 작성시간 26.06.09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ㅠㅠ
가끔은 있는 일입니다 ㅠㅠ -
작성자홍나리 작성시간 26.06.11 그심정 얼마나
놀라고 답답하셨을까
상상되네요
저도 웬만함 가방에넣고
무심히다니는데
그게아니군요
명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