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남편과 같이 다녀온 용문사 방문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그야말로 숨 가쁘게 달린 나흘이었다.
한낮의 열기가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요즈음,
과한 일정 탓이었을까.
아니면 나이 들면 멀리해야 한다는 육가공 식품을
아침부터 욕심껏 먹어치운 탓이었을까.
아침 식사 후부터 속이 더부룩하니 은근히 불편하다
선약을 취소할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올랐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하필이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짙은 화장품 냄새가 전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향을 피해 멀찍이 자리를 옮겼지만,
이미 뒤집히기 시작한 속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인사만 건네고 곧장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반가운 얼굴을 만나니
조금 더 버텨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런데 모임의 일행 중 한 분이 하필 그 낯익은 화장품 향을 풍기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사방이 막힌 공간이 아니었기에,
슬그머니 그분의 동선을 피해 가며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30도에 육박하는 뙤약볕 아래서 연신 물을 들이켜며 걸었더니
속이 비워진 덕분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한결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집에 도착하니 반가운 택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온갖 시련을 이기고 자란 초롱무가 가득하다
겉잎은 조심조심 다듬어 삶아 두고, 초롱무는 대충 숭덩숭덩 버무려 김치를 담갔다.
양념을 대충 버무렸어도 , 시간이 지나면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갈 터였다.
김치통을 채우고 나니 밀려오는 피로와 함께 여전히 뭉친 듯 불편한 속이 만져진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일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쉬고 싶다.
하지만 인생은 늘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법.
"내일 새벽에 수국사 같이 갑시다."
힘들다 하면 서운해할 남편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잠을 자는 동안 이 무거운 속이 말끔히 비워지기를.
그리하여 내일 새벽에는 남편의 가벼운 걸음으로
수국사 문을 들어설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뜨거웠던 하루를 가만히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