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 꽃이 핀 모습을 보고 싶어도,
한낮 더위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하철 첫차를 타고 나섰습니다.
오롯이 모감주나무를 만나기 위해 나선 이른 아침의 설레는 여정이었지요.
월드컵공원에 도착하여 처음 만난 꽃은모감주나무 꽃이 아니라 자귀나무 꽃이었습니다.
자귀나무 잎은 저녁이면 양옆으로 살포시 포개어진다지요.
그래서 부부 사이가 좋아지라고 집안에 심었다고 합니다.
메타세쿼이아길로 접어들자 남편이 가운데 서 보라고 합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서서 인증샷을 남깁니다
메타쉐코아어 옆으로만개한 모감주나무가
눈이 부실 만큼 풍성한 황금빛 꽃송이들을 가지
가득 흐드러지게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나무 위에 노란 보석 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더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고운 노란 꽃잎 안쪽으로 콕콕 박힌
수줍은 빨간 빛깔이 어찌나 선명하고 아름다운지,
자연이 부린 미묘한 색채의 마술에 연신 감탄하며 걷고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잎이 떨어진 길을 차마 밟고 지나갈수 없어 사진만 찍었습니다
그 화사한 모감주나무의 노란 꽃그늘 아래,
우리만의 작은 식탁을 조심스레 펼쳤습니다.
싱그러운 사과와 고소한 삶은 달걀, 은은한 향을 풍기는 커피와 담백한 빵.
대단할 것 없는 소박한 차림이지만,
쏟아지는 황금빛 꽃비 아래서 즐기는 이 아침은
그 어떤 식탁보다 훌륭하고 호사스럽습니다.
소박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아늑한 모감주 꽃길을 걸어 집으로 향합니다.
세월의 무게만큼 남편의 걸음이 조금은 느려지고 힘들어해서,
걷다 쉬다 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젊은 날 같지 않게 남편 뒤만 따라가지 않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의 속도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다독이며 걸을 수 있는 지금이 참 좋습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서로에게 조용히 기대어 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가는 과정이겠지요.
함께 걸을 수 있는 남편이 곁에 있기에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황금빛 모감주 꽃길 속에서 우리만의 속도로 맞이한 월요일,
참 멋지게 시작했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민송 작성시간 26.06.22 new
대단하네요.
두분이요~~이제 막 재혼하신 신혼같으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혜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new
ㅎㅎㅎ
재혼한?
민송님이 오래전에 우리 부부를 보아서 다행입니다 ㅎㅎ
나도 늙어 가지만 남편이 늙어가고 전처럼 못 걷고 하니
제가 좀 더 보살퍼줘야지요.
그래도 남편이 있어야 알게 모르게 어깨 힘이 들어가지요 -
답댓글 작성자민송 작성시간 26.06.22 new
혜전 아이고 나도 머리가 지끈지끈
그눔의 고집때문에ㅎ살어?말어 -
답댓글 작성자혜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new
민송 한 두어시간 같이 다녀오는 사이에도 투닥투닥거렸는데
그러고 사는거죠.뭐
생각을 바꾸면 그것도 재미있어요
ㅎㅎ
그냥 살아요
그래도 살아온 사럼과 사는게 제일 편할거예요 ㅋㅋ -
작성자위카 작성시간 26.06.22 new
멋진 곳 이네요
두분이서 다니는 모습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