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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곤

봄과 여름 틈새 석류꽃 피고

작성자이재곤|작성시간26.06.08|조회수35 목록 댓글 0

봄과 여름 틈새 석류꽃 피고

이 재 곤

2026. 6. 11

6월 초 기온이 따뜻하니 낮 동안에는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내가 거처하는 방의 창문 밖에는 플라스틱 큰 용기(容器)에 십여 년 전에 심어 놓은 석류나무가 자라고 있다. 넓은 땅에 심어졌으면 능력껏 가지를 뻗어 무성히 자랄 텐데 비좁고 한정된 곳에 심어서 햇볕도 제약(制約)받으며 자라고 있으니 안타까움에 가끔 석류나무를 살펴보다가 잎이 약간 늘어진 느낌이 들면 물을 주며 미안한 마음을 대신한다.

며칠 전에 아내가 고조된 목소리로 몇 년 만에 석류나무에 꽃이 맺었다고 했다. 늦봄과 초여름 틈새에 석류나무에 꽃이 맺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꽃이 핀 일이 없어 올해도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심은 후 꽃이 맺은 것은 처음이라 가까이 가서 자세히 확인해보았더니 여러 개가 종() 모양의 몸통을 하고 꽃 속에서 선명한 주황색 꽃잎을 여자 옷 예쁜 드레스의 레이스처럼 피웠고 가운데는 노란 꽃 수술이 소복이 피어 수줍은 듯 레이스로 가리고 숨어있었다.

지난 수년 동안 꽃을 피우기 위해 어려운 생존 여건임에도 영양분을 아껴 모아 드디어 꽃봉오리를 맺었으니 아주 소중한 결과물이며 사람의 나이나 성장 정도로 비교해서 가늠한다면 갓 스무 살쯤 되었다고나 할까요?

석류나무를 석류화(石榴花)라고도 하는데 불타는 사랑과 자손(子孫)의 번영(繁榮)을 상징(象徵)한다하여 옛날부터 집집이 마당에 한 그루쯤 심어서 키워 왔다고 전해 진다. 우리 집에는 지금 석류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니 삼십 개가 피기 시작했는데 꽃 모양이 아주 작은 전등불이나 종()을 줄에다 이어 매달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연등(蓮燈)을 줄지어 달아 논듯도 하다.

석류꽃이 피는 시기는 햇볕이 뜨거워지는 아주 늦은 봄과 초여름으로 봄꽃이 한바탕 피어서 자기 자랑을 실 컷하고 다 떨어지고 나서 만물이 한층 푸르러고 세상은 온통 녹색으로 변하여 활짝 핀 꽃 보기가 어려운 틈새 시기에 핀다. 초여름의 더위가 시작되므로 도로변의 가로수도 가지를 활짝 펴고 바람결에 살랑이고 어느새 내리쬐는 햇볕이 뜨거우니 도로변의 인도를 걸어갈 때는 나무 그늘을 찾아 따라 걸어가기도 한다.

이쯤에 농촌은 일손이 바쁘기 시작한다. 일모작 논 모내기를 위하여 묘판에 볍씨를 뿌리며 논에 거름도 주고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소 몰고 쟁기로 갈던 논을 경운기나 트렉터로 갈아엎고 물을 대며 논두렁을 새로 다듬고 써레질로 논바닥을 고르며 모내기 준비를 꼼꼼히 해서 먼저 일모작 논에 모내기를 하고 뒤이어 이모작 논에도 모내기를 한다. 일부 지역 농촌은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겨울철뿐 아니라 계절에 관계치 않고 특용작물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수년 전만 해도 모내기 농사의 전 과정을 사람들 노동력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기계화가 되어 편하다고 해도 농촌에 인력 부족과 농산물소득 저하(低下)로 휴경지(休耕地)가 늘어난다고 하니 우리 어릴 적의 상황을 떠올리면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전개되니 걱정이 많아지고 국가 차원에서의 농촌 구하기 대책을 세워 열심히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 .

농촌에서 가족들이 함께 다복스럽게 살던 시절에는 불타는 사랑과 자손번영의 상징인 석류나무를 울타리 한 편에 심어서 키우며 살았는데 도시로 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면서 빈집이 생기고 석류나무는 보는 이 없이 댕그라니 혼자 꽃피우고 쓸쓸히 떨어지곤 한다.

우리 집에 석류나무는 심고는 처음으로 꽃을 많이 맺어서 활짝 피고 있으니 은근히 기대하게 한다. 여름 동안을 잘 넘기고 가을에 석류알이 꽉 찬 열매가 맺기를 기다려볼 작정이다. 가을에 석류알이 빽빽하게 들어박힌 석류 모양을 보면 꿀이 가득 찬 벌집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건강한 사람의 치아(齒牙)가 연상되기도 하며 어떤 일에 성의를 다하고서 성공이란 결실을 눈앞에 대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석류꽃이 만발하는 6월은 호국(護國) 보훈(報勳)의 달이라 그 의미는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호국은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고 보훈은 공훈(功勳)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6월이 되면 주황색 석류꽃같이 마음이 붉어지는 느낌의 달이기도 하다.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호국영령(護國英靈) 앞에 석류꽃이 만발하는 틈새의 계절을 맞아 주황색 석류꽃을 추모의 마음을 담아서 두 손 모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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