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대결/권기덕
이순신 장군 위인전을 읽다가
사인펜으로 빽빽하게
수염을 그렸어
판옥선이라 쓴 도화지는
창문에 붙였지
나를 따르라ᆢ
둥둥둥 북소리가 들렸고
나를 놀렸던 동네 형은
용서를 빌었어
하지만 거친 파도 때문인지
배가 흔들려
아빠가 낮잠에서 깨어났어
너 누구니?
저 이순신 장군인데요
잠시 뒤, 아빠가 수염을 잔뜩 그린 뒤
내게 말했어
난 선조다 전투를 멈추고 숙제부터 하거라
수염을 벅벅 지우며 다짐했어
다음엔 더 빽빽하게 돌아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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