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내게로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나는 마침내 너에게로 간다.
아주 먼 곳에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온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을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리움이란 단어에는
필연적으로 수동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웅성임 속의 고요함에 앉아
나지막한 기적을 기다리는 일,
그처럼 삶을 갉아먹는 일이 어디있으랴.
그리움은 마음 속을 차갑고
더 시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어떤 온기보다
따스함을 주기도 하죠.
사랑은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아끼기도 숨기지도 않고
그저 말갛게 꾸밈 없이
보여주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산수유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싱그러운 봄 풍경이 올 쯤...
그 시절이,
그 사랑이,
그 사람이,
가슴 한 켠에 따뜻한
그리움으로 머물러 있기를...
※오늘 음악은 Giovanni Marradi
(지오바니 마라디)의
'Just for you(당신만을 위하여)'로,
영혼을 적시는 그의 음악은
우리의 마음까지 평온해져
오며 애잔한 감동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