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수준과 재산의 관계
한 가난한 소작인 농부가 있었다.
평생 소원이 남처럼 내 땅을 갖고 마음껏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었다.
어떤 날 신문에서 뜻밖의 광고를 보았다.
러시아의 한 귀족이 원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농토를 나누어준다는 것이다.
농부는 그 귀족을 찾아가 사실이냐고 물었다.
귀족은 “얼마나 많은 땅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농부는 아침에 해가 뜰 때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까지 밟고 돌아오는
모든 땅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귀족은 내일 아침 해뜨기 전에 저 언덕 위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농부는 무척 흥분했다.
내일이면 나도 내 땅을 갖는 지주가 된다고 생각하면서 밤을 지 새웠다.
약속한 언덕 위로 올라가 기다리던 농부는 해가 동쪽 언덕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저는 이제부터 뛰기 시작할 것입니다”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귀족은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하네."라고 대답해 주었다.
농부는 뛰고 또 뛰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농부는 점심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달려야지 하면서
준비해 온 도시락도 내던졌다.
물통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일부터는 이 좋은 땅들이
내 것이 될 터인데, 라고 다짐했다.
너무 멀리까지 온 것 같다고 생각한 농부는 발걸음을 돌렸다.
또 달려나갔다.
북쪽의 해는 빨리 지는 것일까. 태양은 벌써 서쪽 하늘 중간까지
걸쳐 있는 것 같았다.
농부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언덕 밑에 왔을 때는 해가 거의 산밑으로 내려앉는 듯 싶었다.
농부는 죽을힘을 다해 언덕에 올라서면서
"아직은 해가 조금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쓰러졌다.
그것을 본 귀족은
"그래. 모두 자네 땅이 되었네.”라고 말하며 농부가 일어서기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산책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농부는 일어서지 않았다.
귀족이 "이 사람아 이제는 일어나야지." 하고
어깨를 들쳐보았더니 너무 기진맥진했는지 이미 숨을 거둔 것이었다.
귀족은 종을 불러 거기에 땅을 파고 묻어 주라고 지시하면서
"이 사람아, 사람은 다섯 자 땅에 묻히면 그 만일세.
그리고 그 정도 땅은 누구나 갖도록 되어 있는데 공연히
애태우다가 죽었구먼……"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미 해는 지고 땅거미가 드리우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