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 가을에 떠난 사람은 말이 없어요

작성자자비심|작성시간19.09.04|조회수36 목록 댓글 0

 


 

 

- 그 가을에 떠난 사람은 말이 없어요 -

 

느림보 거북이/글

 

 

 

나무의 생명은 땅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숨 죽이며

지난 겨울울 살아 왔습니다

 

내 가슴에도

사랑이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봄 날에 기지게를 피듯

숨어살던 나무가 곱고 고운

연두색 잎을 튀울 때

 

제 인연도 연두색 빛이 충만해

사랑 꽃이 활짝 돋았습니다.

 

 

 

 

꽃이 만발한 만큼

내 사랑도 거침없이 만발해

세상에 그 사람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보였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는

여름 빛에 쉬어갈 그늘을 주고

 

나와 그 사람도

서로 믿고 사랑하여....

마음으로 가슴이 쉬어 갈

그늘이 되어주었습니다

 

 

 

 

비 바람이 불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나무가지와 나뭇잎은 온 몸으로

아픔을 겪어야 했었고...

 

그리고 사랑이라는

견고한 뿌리를 두었기에

그 고통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나

사랑의 깊이도 심장깊은 곳에

내려진 뿌리와 같았으며

어떤 태풍에도

견뎌낼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은 왔습니다.

 

봄부터 밑화장을 하던 나뭇잎은

그 여름에 속 눈썹을 붙이고

 

 

 

 

이가을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후

화려한 외출을 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어내며 나뭇잎은

온 몸으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구름이 파랗게

애드벌륜을 띄워주고

국화 꽃 향기가 에스코트하며

나뭇닢은 호사를 누렸습니다.

 

 

 

 

내가 꿈꾸던 사랑도 그랬었고

그 사람과 나의 사랑도 

그렇게 화려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뭇잎도 나도 모르게

비극은 자라고 있었습니다

 

 

 

 

찬서리 내리던 날...

뿌리는 나무잎을

제 몸에서 밀어내고

 

그 사람도 뜬금없이

이 가을 나를 밀어 냈습니다.

 

 

 

 

한 몸같이 사랑하던

그 사람 내게서 멀어졌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그 충격을 헤어나지 못해

한 없이 울었습니다.

 

 

 

 

애걸하고 애원하고 혼신을 다 해

그 사람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한번 떨어진

나뭇잎이 다시 붙지 않 듯이

그 사람도 그렇게 냉정했습니다

 

그 사람은 끝내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떨어진 나무잎은 휘돌아

바람에 맡겨졌습니다.

 

떨어진 난 그리움에 맡겨진 채

외로움에 맡겨진 채

눈물에 휘둘려 울었습니다

 

 

 

 

초라하고 가슴 찢어지는

멍든 상처 움켜 안고

이 거리 저 거리를 맴돕니다

 

 

 

 

그 사람 잊지 못해

병든 마음 감당할 수 없어

떨어진 낙엽되어

혼이 나간 채 그 사람

만났던 그 거리를 배회합니다

 

 

 

 

영혼은 이미 물기 없는

매마른 나뭇잎 되어 죽은 듯...

기억의 길로 내몰려 걷습니다

 

 

 

 

떠난 사람은 말이 없어도

남은 나는 초췌한 발 걸음 내 딛으며

그 사람 그림자를

부둥켜 안으려 합니다

 

 

 

 

마지막 잎새

생명 연명하려 매달려 있듯

 

엉켜버리 사랑의 실타래

매듭 끝을 놓을 수 없어

슬프고 외로운 이 가을 거리를

눈물로 걷습니다.

 

 

- 거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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