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습니다.
우리의 나날은 늘 새로운 것입니다.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똑같은 날은 하나도 없습니다.
괴로워도 다른 괴로움이고,
즐거워도 다른 즐거움이지
똑같은 괴로움, 똑같은 즐거움이란 있을 수 없지요.
어제와 똑같은 호흡을
어찌 오늘도 들이고 내 쉴 수 있겠어요.
같은 강물에서는
절대 두 번 목욕할 수 없다고 하듯,
우리의 순간 순간은 늘 새롭고 경이로운 것입니다.
세상을 살며
어느 한 순간이라도
똑같은 순간을 경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같이 보려고 하고,
똑같이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어제의 생각으로 오늘을 바라보 며,
이전의 관념으로 지금을 판단하려 하고,
어제 만난 사람으로 오늘의 사람을 대하고,
이전의 사랑으로 지금의 사랑을 껴맞추려 하거든요.
이전에 들었던 가르침으로
오늘 듣고 있는 가르침을 가로막지 마세요.
어제 들었던 가르침을 다 놓아 버릴 수 있어야
오늘 전혀 새롭고 신 비로운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다 아는 가르침이라고,
이미 경험했다고,
전에 느껴 보았노라고 하지 마세요.
지금 느끼는 경험은
지금 듣고 있는 가르침은
오직 지금 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것이니까요.
어제 108배를 했다면
그것이 어쨌다는 말인가요.
오늘 정진하는 108배는 온전히 새로운 공부입니다.
이전에 해 오던 수행으로
오늘의 정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일입니다.
어제 연기법, 삼법인, 사성제를 공부했다고
오늘 듣는 가르침을 다 안다고 하지 마세요.
이미 공부했노라고 말하면 안됩니다.
지금 듣고 있는 가르침은
온전히 지금 이 순간만 느낄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생생한 순간의 공부입니다.
어제 들은 연기법으로
오늘의 연기법을 틀잡아 두려 하면
어제의 연기법에만 머물러 있는 꼴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고,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어제의 사랑과 오늘의 사랑은,
어제의 가르침과 오늘의 가르침은,
이전의 기쁨과 지금의 기쁨은
결코 같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새로워야 합니다.
아니 새로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다는 것을 바로 볼 수 있어야지요.
어느 순간이고
새롭지 않은 순간은 없습니다.
우리의 낡은 고정관념이나 기억, 경험들이
이 순간의 기적과도 같은 새로움을
가로막고 있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공부하는 수행자는
나날이 새로워야 하고,
매 순간 순간 경이로울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어린 갓난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와 눈을 뜰 때
온 천지가 다 새롭고 경이로울 수 있는 것 처럼...
- 법상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