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그분
마지막 정경
부처님은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그대들 중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는지 모른다. ‘스승의 말씀은 끝났다. 우리는 이제 스승없이 지내야 한다.’ 그러나 아난다여!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되느니라. 내가 간 후에는 내가 설한 법과 내가 정한 율을 너희들의 스승으로 삼도록 하여라.”
“비구들이여! 어떤 형제들은 마음 속에 붇다나, 법이나, 길이나, 길을 지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의심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비구들이여, 마음 놓고 물어라. 다음에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탓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즉 ‘그때는 스승을 마주 대하고 있으면서도 세존께 여쭙지 못하고 말았다’고.”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잠잠히 침묵을 지켰다. 두 번, 세 번,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똑같은 말씀을 되풀이하셨고 비구들 역시 똑같이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아난다 존자가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세존이시여,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저는 실로 여기 모인 비구들 가운데 붇다와 법과 길과 길을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이나 의혹을 가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믿습니다.”
세존께서도 아난다 존자의 말을 승인하시면서, 덧붙여서 여기 모인 모든 대중은 수행이 가장 뒤쳐진 사람까지도 반드시 구경의 해탈을 장차 얻게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선 잠시 후 세존께서는 지금도 또 미래에도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고 싶어 하는 이 대중들에게 마지막 유훈을 남기셨다.
“오 비구들이여! 잘 들어라.
내가 너희들에게 이르노라.
모든 조건 지어진 것은 영원하지 않다[諸行無常].
방일하지 말고 힘써 정진하라.
(Vayadhammā saṅkhārā, appamādena sampādetha)”
이것이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이었다.
그리고서 부처님께서는 아홉 단계의 선정에 차례대로 드셨다. 먼저 네 가지 색계선에, 다음에는 네 가지 무색계선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상멸처정(受想滅處定)에 드신 것이다. 그런 다음 거꾸로 이 모든 단계를 거슬러 내려와 초선에 이르신 다음 다시 제4선에까지 올라가셨다. 평온에 기인하여 마음챙김[正念]의 청정을 이룸을 특징으로 하는 제4선에 다시 들자 곧바로 반열반에 드셨다. 부처님은 마침내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을 실현하신 것이다.
역사기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부처님처럼 카스트, 계급, 또는 신앙에 관계없이 일체 중생의 행복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치신 분은 달리 또 찾아볼 수 없다. 깨달은 그 순간부터 생을 마친 그 순간까지 그 분은 인류를 향상·성숙시키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온 힘을 쏟으셨다. 그분은 공익을 위한 노력을 잠시도 늦춘 적이 없었고,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본 적이 없었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항상 건강하셨던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언제나 또렷이 깨어있어 활기에 넘치셨다.
이제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신 지 2,500여년이 지났지만 그분의 사랑과 지혜의 메시지는 인류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순수한 그대로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부처님의 사리탑 앞에는 매일같이 꽃이 숲을 이루며 바쳐지고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나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Buddhaṁ saraṇaṁ gacchāmi)’를 거듭 외우고 있다. 그분의 위대함은 약한 불빛을 흡수해 버리는 태양과도 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광명을 발하고 있고, 그분의 법은 여전히 세파에 지친 방랑자들을 열반의 안전과 평화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부처님, 그분-생애와 가르침- 피야다시 스님 지음/ 정원스님 옮김/ 고요한 소리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