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보(果報)
/ 연지 대사
경(經)에
“만법이 오직 마음뿐이다”하시니
어떤 어리석은 자가
“무심하면 인(因)도 과(果)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업(有業)은 두려워 할 것이 아니요,
오직 유심(有心)만이 염려할 것이며,
업이 있더라도 무심하기만하면
염라노자가 나를 어찌하랴." 하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업을 짓고,
꺼려하거나 염려하지 않으니,
무심에 두 가지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하였다.
올바르게 사유하여 용심(用心)이 지극한데 이르면
자연히 무심삼매에 들 것이니, 이것이 참다운 무심이다.
또한 마음으로 업을 짓거나,
또는 마음을 내어 억지로 이를 제복(制伏)하려 하면,
이것은 무심을 얻은 것 같으나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마음이 있으면 업도 있다.
염라노자의 철봉이 어찌 너를 놓아두겠는가.
또 경에
"지혜가 구족한 보살이 번뇌를 벗어났으나,
짐짓 타락하여 축생 중에 있으면 축생의 왕이 되고,
아귀 중에 있으면 아귀의 왕이 된다." 하시니
어떤 어리석은 자가
“지혜가 있으면 능히 업을 바꿀 수 있다.
업이 있는 것은 염려할 것이 아니요,
오직 두려워할 것은 지혜가 없는 것일 뿐이다.
업이 있더라도 지혜가 있으면
염라노자가 나를 어찌하랴” 하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업을 짓고
꺼려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니,
경에서 말한 지혜는
등한이 세간의 지혜를 말한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하였다.
너의 지혜가 문수나 사리불 만큼이나 되느냐?
만약 이 분들에는 미치지 못한다면,
그 아래로 善星비구나 조달만큼은 얻었느냐?
선성은 열여덟 마리의
코끼리가 실은 법문을 널리 배웠으며,
조달은 나한의 신통을 얻기도 하였으나,
모두 산채로 지옥에 떨어짐을 면치 못하였다.
하물며 너의 지혜가 이 두분 보다 못함이랴
잔에 담긴 물로는
한 수레 섶더미의 불을 끄지 못하고,
반딧불로
깊은 골짜기의 어둠을 밝히지 못한다.
조그마한 지혜로 얼마만한 업을 면할 수 있겠는가.
염라왕의 철봉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 연지 대사 / '죽창수필' 에서
- 그 림 / 담원김창배님 - 禪수묵화[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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