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어가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수입의 1%를 재단에 보낸다든지,
단돈 일천원의 후원금이라도
내보려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시'는 '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거래하는 마음으로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중생은 저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숱한 인연들이 힘이 되어 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살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돌려 주는 것입니다.
보시라는 것은
우리들 생명체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즉 내가 이 세상에 살아 가게 해준 모든 인연에
감사하는 답례인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보시라는 것은
부자가 된 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내 것'을 '남'에게 적선하여 베풀어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난하고 내가 쓸 것도 모자라니까 이 다음에 보시하자"
이런 생각이 그 사람을 자꾸만 막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가난을 탓하면서 베풀어 보시하지 않으면
금생에나 내생에서 가난의 두려움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
[ 제 48권잡아함경]
흔히들 로또복권에 당첨되면 불우이웃 돕기도
좀 하겠다는 말을 쉽게 합니다.
하지만 기부행위, 보시행위는
일확천금을 얻었을 때 떼는 세금이 아닙니다.
재벌들의 거액의 기부금보다
우리네 이웃들의 눈물과 땀이 어린 기부금,
보시금이 더 가치 있는 이유는
그 적은 금액 속에는 마음이,
그것도 선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이웃 중에는 그날 하루 벌이 중에
몇 천원을 떼어서 보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웃들의 보시행은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건만
이런저런 헤아리고 재는 마음 때문에
실천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을 불러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재물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재물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왜냐하면 일체의 물풀 같은 것은
누구든지 가지지 못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왕이라고 해도 꼭 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요,
아무리 가난하고 궁색하다고 해도 보시하지 못할 것은 없다.
가난하고 궁색한 사람이라도 제 먹을 몫이 있으며,
먹고 난 다음엔 그릇을 씻어 설거지물을 버리는데
그것을 받아먹을 자에게
보시하는 것도 복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지 만한 밀가루라도 개미에게 보시하면
이 또한 한량없이 많은 복덕의 과보를 얻나니
천하에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라 해도
어느 누가 이 먼지만큼의 밀가루가 없겠느냐,
어느 누가 벗고 다닐 정도로 옷이 없겠는가?
남에게 베풀 한 오라기의 실과 바늘 하나라도 있을 것이며,
부스럼을 동여맨 한 손가락만큼의
재물로 등불 심지를 만들 수도 있으리라.
이 세상 사람들 중에 누가 가난하다고 해서
그 몸까지 없는 사람이 있더냐?
만일 몸이 있다면 다른 이가 복을 짓는 것을 보면
몸소 그 곳에 가서 도와야 할 것이니,
물 뿌리고 소제하는 것도 복의 과보를 얻을 수 있다."
[우바새계경]
[대집경]에는 보시에 관해 이런 말씀이 담겨 있습니다.
"대승을 방해하는 네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제손으로 보시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현재 세상에서 보시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남을 업신여기면서 보시하는 것이다."
경전의 말씀처럼 현재 세상에서
그것도 자기의 손으로 직접 보시해야만 합니다.
이 다음에 부자가 되면, 돈이 좀 쌓이면,
내가 죽은 뒤 유언장에서
보시할 것을 약속해봐야 소용없다는 말씀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주머니를 뒤져 보십시오.
나에게는 불필요한 물건일지라도
그것이 아주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물건이지만 나보다도
더 절실하게 필요로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오직 남을 배려해서
선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만 지닌다면
그 사람의 보시행은 완성될 것이요,
훗날 그 사람은 보시의 공덕으로
천상의 복락을 누릴 것입니다.
부자나라, 부자 사회는 바로
보시하는 사람으로 가득 찬 곳을
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불하십시오.
-정념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