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을 낳아 마음으로 기뻤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국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다.
그때에 나이 많고
몸이 쇠약한 어떤 바라문은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고 있었다.
때에 세존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 그대는 어찌하여 나이 많고 몸이 쇠약한데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가지고 다니면서 밥을 빌고 있는가?”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우리 집에 있는 재물은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며느리를 들인 후에 집을 나왔나이다.
그래서 이렇게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고 있나이다.”
“그대는 내게서 게송 하나를 받아
외워 가지고 돌아가서 대중 가운데서
너의 아들을 두고 말하겠는가?”
“그리하겠나이다. 고타마시여.”
그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아들을 낳아서는 마음이 기뻤었고
아들을 위하여 재물을 모았으며
또한 아들을 위하여 며느리 들인 뒤에
나는 그것 다 버리고 집을 나왔네.
어떤 시골의 부랑한 아이는
그 아버지의 뜻을 등지니
사람 얼굴에 나찰(羅刹: 악한 귀신)의 마음
그는 늙은 아비를 버렸느니라.
늙은 말이라 쓸 데가 없다 하여
곧 보리껍질 먹이까지 빼앗겼나니
아이는 어리고 아비는 늙어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었네.
아들은 귀해 하고 사랑할 것 아니요
구부러진 지팡이가 제일이로다.
나를 위해 사나운 소 막아주고
험한 곳을 면하여 편안하게 해주네.
사나운 개를 물리쳐 주고
어두운 곳에는 나를 붙들며
깊은 구덩이나 빈 우물이나
풀이나 나무나 가시밭을 피하여
지팡이의 위력을 의지하기 때문에
꼿꼿이 서서 넘어지지 않는구나.”
때에 바라문은 세존에게서 이 게송을 받아
바라문 대중 가운데로 돌아가
그 아들을 두고 말하였다.
먼저 대중들에게
“내 말을 들어라.”라고 말한 뒤에
위에서 부처님께서 말한 게송을 외쳤다.
그 아들은 부끄럽고 황공하여
곧 그 아버지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
몸을 어루만지고 목욕시키고 푸른 옷을 입힌 뒤에
아버지를 집 주인으로 삼았다.
-『아함경 제4권 96 바라문경(婆羅門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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