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般若心經) 註解(주해)에 붙여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詞般若波羅蜜多心經)과
육백부반야경(六百部般若經)과 내지
팔만사천경전을 번역하며
또 헤아일 수 없이 많은 경전을 번역하여
주해(註解)를 달더라도 다만 말과 글 뿐인 것이다.
어찌 교법(敎法)밖에 별로히 전한 소식을
말과 글로 드러내 보이며 맛보게 할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부처님이 사십구년동안 설법을 하셨지만
구경(究竟)에는 다자탑(多者塔) 앞에서
가섭존자(迦葉尊者)와 좌(座)를 나누어 앉았고,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꽃을 들어 보이니
가섭이 미소하였으며,
니련하칙(尼連河側)에서 곽 밖으로 두 발을 내보여서
소분(小分)의 법을 드러내 보였으며,
유마거사(維摩居士)도 문수보살(文殊菩薩)과
불이법(不二法)을 문답할 때
묵언으로 끝을 마쳤으며,
옛 조사와 역대 선지식(善知識)들도 법을 거량(擧揚)할 때
잠시 묵묵히 있거나 방망이로 치거나 큰 소리로 꾸짖거나
주장자로 선상(禪床)을 치거나
불자(佛子)를 들어 보여 법을 거량하였다.
그런데 이것도 부득이해서 하는 일이다.
그 반야바라밀다심경을 간략히 주해를 달되
옛 사람의 말도 인용하고 나의 말도 붙였으니
이것도 또한 말과 글일 따름이다.
마하반야는 취하지도 못하는 것이며 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말은 그만 두고 오늘날은 따뜻하고 바람도 화창하며
산은 층층하고 물은 잔잔한데
산꽃은 웃고 들새는 노래하니
시자야, 벽계수로 차 한잔 달여 오너라.
칡넝쿨 달에 솔바람은 부는데,
물소리를 들으며 산 빛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먹고 무생(無生)의 좋은 노래
한 곡조 불러 보세.
우습고 우습도다.
今時此事知耶否 금시차사지야부
辜負靑山綠水深 哂 고부청산녹수심 신
지금의 이 일을 아는가
청산녹수의 깊음마져 저버리네. 미소
♤ 영축산(靈鷲山) 삼소굴(三笑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