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나무 숯
채록일시 ; 1999. 12. 09
채록자명 ; 충남 아산시농업기술센터 김현주
채록장소 ; 충남 아산시 음봉면
구술자명 ; 원광스님 (여 , 42세)
하 던 곳 ; 개암사 (현재)
제 목 ; 숯으로 승복 물들이기
내용요약 ; 진달래나무를 태운 숯으로 잿빛의 승복 물들이기
구술내용
출장 갈때마다 천연염색에 대한 채록을 하려고 물어보았지만 80세의 할머니들도 화학염료로
물들이기만을 기억하고 계셨다. 그러다가 생활개선회장님께서 면내에 있는 개암사를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거기 스님들이 천연염색을 하시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 나도
다른 회원들처럼 채록을 할 수있다.' 는 희망으로 그 절의 위치를 물어보았으나 그 곳 지
리에 어두운 나에게는 혼자 찾기엔 역부족. 회장님께 동행을 부탁하여 물어물어 개암사를
향하였다. 산길의 비포장길을 어렵게 달려가도 절은 보이지 않고 승용차는 돌부리와 울퉁
불퉁한 길 때문에 드륵드륵 소리를 내었다. 인가도 없고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차에
서 내려 산길을 걸어가도 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날씨마저 스산하여 겨울의 산
길은 더 삭막해 보였다. 남편에게도 좀 미안하고 해서 다음에 자세하게 알고 다시 오기로
하였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자세한 위치도 물어 볼겸 개암사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벨이 울리고 아주
조용하고 조심성 있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아. 거기가 개암사 맞나요?"
"예. 누구신가요?"
"예. 저는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김현주 인데요. 거기에서 천연염색을 하신다는 말씀을
들어서요. 몇 가지 여쭈어 보려구요."
"네? 저희는 천연염색을 하지 않는데요."
"네. 아 그 절에 다니시는 분께서 그곳에서 천연염색을 하신다고 말씀하시던데요."
"천연염색에 대하여 아시려면 요즘 TV에도 여러가지 염색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나오던데 그
쪽에서 알아보시는 것이...."
"예. 저는 그런 것을 알려는 것이 아니라 천연염색법이 수천 가지이기 때문에 방법이나 종류
가 다양해서 실제로 천연염색을 해 보셨다거나 하시는 분에게 자료를 얻으려구요. 저도 천연
염색 모임의 회원이거든요."
"저희는 승복을 만들때 숯으로 물들이기 때문에 그 때 염색을 하지요."
"그 방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희는 숯을 만들때 참숯이남 물푸레나무, 진달래나무등등을 사용하는데 진달래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진달래나무를 태운 재를 물에 담가서 잿물을 빼고 그 숯을 말려서 하는데
그래야 옷이 상하지 않아요. 잿물이 옷을 상하게 하잖아요."
"물에 얼마동안 담가야 하는데요?"
"잿물을 빼려면 하루는 담가 놓아야 합니다."
"그 다음은요?"
"잿물이 빠진 숯을 햇볕에 바짝 말려서 곱게 가루로 빻아요. 그 숯가루를 광목자루에 넣는데
광목은 2겹으로 해야 곱게 색이 들어요. 그리고는 풀먹이듯이 물들입니다. 색감은 감각으로
하는데 우리들은 많이 하니까 잘 할 수가 있지요. 흐리다 싶으면 숯가루를 자루에 좀 더 넣고
해서 하지요. 그리고 천도 시장에서 막 산 옷감으로는 안됩니다. 삶아서 햇빛에 옷감을 바래야
하는데 처음 누런 색이 하얀색으로 바래야 염색이 곱게 듭니다."
"아. 그렇군요.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전화로 너무 긴 시간 이야기하기도 죄송하네요."
"다른 스님은 각양각색으로 꽃과 식물로 염색을 하시는 분도 계시긴 해요."
"예? 거기 계신 스님이신가요?"
"아닙니다. 서울에 계신데요. 그분은 하시는 일이 많아서 직접 뵙기는 어려우실 거예요. 기회가
되면 제가 한 번 물어봐 드릴께요."
"이렇게 전화로 질문을 해서 죄송한데요. 제가 조금 전에 개암사를 찾으려 갔다가 못 찾고 그냥
왔거든요. 언제 다시 들려서 좀 더 여쭈어 볼께요. 스님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 연꽃 연에 빛 광, 연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