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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먹물들이기

작성자자비심|작성시간09.07.29|조회수215 목록 댓글 0

먹을 재료로 염색을 하려고 먹, 벼루 들을 챙기다 보니 문득 사십여 년 전 초등학교 육학년 때 미술 시간이 생각났다. 미술 시간에 서예를 하는 시간이면 신문지를 팔절 크기로 잘라 두툼하게 준비하고 얇은 서예 용지인 습자지와 벼루, 먹 들을 준비하였다. 벼루에 먹을 갈라치면 손가락마다 먹물이 묻고 앞에 앉은 친구의 옷에 먹물이 튀어 얼룩을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그래도 조심조심 신문지에 "조국통일" 같은 글씨를 열심히 쓰며 연습한다. 그런 다음 얇은 습자지를 이름 쓸 곳과 글씨 쓸 부분으로 나누어 사각으로 접었다 다시 펴서 붓글씨를 쓴다. 붓글씨를 쓰다 보면 영 글씨가 엉망인지라 선생님이 손을 붙들고 글씨를 써 주시기도 했다. 선생님과의 합작품에 학년, 반, 이름을 적어 내면 다음날 교실 뒷벽에 붙어 있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어쩌다 붓이라도 떨어뜨리면 책상과 바닥에 그리고 옷에 묻었던 그 먹물 자국들이 물에 빨아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 점을 생각해 보니 먹은 견뢰도가 무척 좋은 염색 재료이다.



먹을 쓰기 시작한 것은

 
먹물과 검은콩물을
섞어 염색한...

먹이 언제부터 만들어져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후한의 서도가인 위 탄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발명했다고 전해지지만 그동안의 고고학적인 조사에 의해 한나라 이전에 이미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기원전 이천오백년 이전에 먹을 사용한 흔적으로는 은대의 갑골 가운데 검거나 붉은 액체를 이용한 것들이 출토되기도 하고 기록상으로도 위 탄 이전의 책에서 먹에 관한 기록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때 쓴 먹은 석묵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며 지금과 같이 탄소의 분말을 이용하여 만든 것은 한대 이후에 나온 것이다. 위 탄이 태어나기 이전의 문헌인 <후한서>의 등황후전과 후한의 명제 때 지은 <동관한기>에 보면 이 세기 초에 여러 나라에서 한나라에 먹을 헌납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시대에 송연묵(숯먹, 소나무를 태울 때 연기 속에 섞여 나오는 검은 가루를 기름에 개어 만든 먹)을 당나라에 세공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철경록>에 나타나 있다. 이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벌써 먹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고구려 고분 가운데 모두루묘지가 발견된 경내의 전실 정면 상벽에는 가로, 세로로 그어진 계선에 항마다 열 자 총 팔십일 항의 사경체 묵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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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먹은 송연묵

우리나라의 먹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일본의 쇼소원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의 먹 두 점이다. 이것은 모두 배 모양으로 "신라양가상옥", "신라무가상옥"이란 글씨가 압인되어 있어 신라시대에 무가와 양가에서 좋은 먹을 생산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무가와 양가의 먹은 모두 송연묵으로서 그 품질이 매우 좋았다.

고려 때의 먹은 "먹의 광채가 번쩍이고 향이 코를 쏜다"고 하였다. 이는 송연(소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검은 가루)을 모아 정제했기 때문인 듯하다.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먹이 만들어졌으며 양덕과 해주의 먹이 예로부터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정조 때의 대제학 서 명응의 <고사신서>에는 송연묵 만드는 법이 자세히 적혀 있다.

"송연 열 근과 아교 네 근, 물 열 근을 배합하여 먹을 만드는데 물 아홉 근에 아교를 담가 동으로 만든 그릇에 넣어 녹인 다음 연이 섞일 때까지 나머지 한 근의 물을 나누어 다른 그릇에 담아 물을 뿌리면서 수없이 찧어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다.

거개 목판 인쇄에는 송연묵을 썼으며 금속활자 인쇄와 서예에는 주로 유연묵(기름이나 관솔 따위를 불완전 연소시킬 때 생기는 검은빛의 자디잔 탄소 가루로 만든 먹)을 썼다. 유연묵은 그릇에 기름을 가득 넣고 심에 불을 붙여 태워서 생긴 가루를 모아 아교와 섞어 조그만 틀에 부어 굳혀 만들었다.

요즈음에는 많은 종류의 먹들이 생산되고 있는데 먹을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곳이 많다.



먹을 염액으로 쓰려면

 
먹으로 물들이는 몇
가지 방법...

먹으로 물을 들일 수 있는 염액을 얻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먹을 벼루에 갈아 먹물을 만들어 그것을 염액으로 쓰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먹을 곱게 찧어서 주머니에 넣고 물에 삶아 염액을 만드는 방법이며, 세번째는 먹물을 만들어 통에 넣어 파는 것을 염액으로 쓰는 방법이다. 만들어 놓은 먹물은 문방구에서 파는 값싼 먹물보다 먹 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인사동 같은 곳에서 사서 쓰는 것이 좋다. 먹을 갈거나 찧어서 끓여 물을 들이면 은회색빛으로 밝게 빛이 나는데 먹물을 사서 쓰면 그 회색빛이 맑지 않고 탁하다. 하지만 사서 쓰는 것이 편해서 사서 쓰는 이들이 많다.

또 먹물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료를 섞어서 쓰기도 한다. 검은콩과 먹물을 섞어 함께 물들이는 법, 먹물에 식초만을 넣어 약산성으로 물들이는 법, 또 먹물에 소금과 명반을 넣어 중매염으로 염색하는 법과 먹물을 들인 뒤 명반으로 후매염하는 법 들 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을 들일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물을 들이더라도 먹물은 염색이 잘 되는 편이다. 먹을 써서 염색하는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서 이번 달에는 먹물과 검은콩을 써서 중매염으로 염색하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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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로 물들이려면

[재료]

 

검은콩 사백 그램, 먹물 이 리터, 명주 한 필, 소금 한 줌, 명반 이십 그램


[염액 만들기]

1. 검은콩 사백 그램에 물 이십 리터와 소금 한 줌을 넣고 이십 분 동안 팔팔 끓인 뒤 검은콩물을 밭쳐 둔다. 다시 그 검은콩에 물 십 리터를 부어 팔팔 끓인 뒤 밭쳐 모두 삼십 리터의 검은콩물을 만든다. 콩물은 단백질 성분과 검은 색소를 가지고 있어서 염색이 잘 되도록 도와 준다.

 
2. 먹물 이 리터를 면 헝겊이나 한지에 밭쳐서 콩물과 섞어 잘 어우러지게 저어 준다. 이 염액을 솥에 넣고 다시 한 번 끓여 준다. 먹물을 헝겊이나 한지에 밭쳐 주는 까닭은 먹의 기름기를 없애기 위해서이다. 이 염액을 끓일 때 명반 이십 그램을 함께 넣어 팔팔 끓여 주면 콩물과 먹물이 잘 섞이며 중매염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염색하기]

1. 팔팔 끓인 염액에 물기가 꾸들꾸들한 명주를 잘 펴서 넣는다. 명주 한 필이 염액 속에서 충분히 휘휘 돌 수 있을 정도로 염액이 충분해야 한다. 염액이 적으면 얼룩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2. 이십 분에서 삼십 분 동안 염색을 한 다음 물에 헹궈 낸다. 은회색을 원하면 한 번이면 되나 좀더 진한 회색을 원할 경우에는 햇볕에 천을 말린 다음 다시 염액에 넣어 염색을 한다.

3. 이 먹물 염색은 중매염을 했으므로 후매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명주에 먹물을 들이면 은회색으로 광택이 나며 아름답다.

4. 약산성 먹물로 염색을 했을 경우에는 명반 이십 그램을 물 삼십 리터에 녹여 이십 분 동안 매염을 하면 맑은 회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 무명이나 모시에 염색하면 스님의 승복을 연상시키는 차분한 회색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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