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이 어떤 때는
공부가 잘 되다가도 어떨 때는 공부에 너무 힘도 들고,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듣곤 합니다.
어떤 분은 천성이 게을러서
마음 같아서는 수행을 하고 싶지만,
자신에게 수행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도 하시데요.
또 어떤 분은 출가를 너무 하고는 싶은데
스님들의 금욕적인 생활이 자신 없어
출가하기를 망설이는 분도 계셨습니다.
수행이 되다 안 되다 하고, 공부를 잘 하다가
또 한동안 다른 길로 빠져 수행은 등안시 하기도 하지요.
그런 분들은 약간의 자책감 같은 것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나같이 근기가 나약한 사람이
어떻게 상근기의 수행자들이나 할 수 있는
저 높은 수행을 할 수 있겠나 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에요.
그것이 근기가 낮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나약하거나, 발심이 적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사람이라면 다 그런 것이지요.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공부를 하다 안 하다 하는 그게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수행하는 것을 스스로 못났다고 여기고,
부족하다고 여기고, 나같은 사람이 어떻게
수행을 할 수 있겠나 하는 자책감에 사로잡히는 그것이
오히려 문제가 됩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누구나 다 그렇기 때문이고,
우리는 바로 그렇게 오락가락 하면서,
되다 안 되다 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동안 불교계에서 정석처럼 생각해 온
아주 잘못된 편견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합니다.
불교의 수행은
근기가 높은 사람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긴다거나,
장자불와로 눕지도 않고 오랫동안
결가부좌로 앉아 있는 사람을 대단하게 여긴다거나,
어떤 수행을 하든
엄청난 끈기와 지구력으로 오래 앉아있고,
오래 독송하고, 오랫동안 정진을 이어가는 것을
수행 잘 하는 것으로 보는
아주 잘못된 편견이 있어 보입니다.
옛말 그대로 이것은 잘못된 편견입니다.
고행주의는 2,500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미 성도 이전에 ‘이건 중도가 아니다’라고 하여
폐기처분된 잘못된 극단의 수행법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극단적인 고행주의화된 수행을 하는 사람이
잘 하는 것처럼 보는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편견에서 놓여나셔도 좋습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제따숲에 계실 때,
찟따핫타는 스님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음식을 마음껏 탁발해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게으르고 안이한 생각으로 비구가 되었습니다.
결국 체중은 늘고 승단의 생활이 지겨워 환속했지요.
그러나 세속 일도 편치 않고 힘들어 다시 출가를 했고,
이렇게 출가와 환속을 여섯 번이나 반복하였습니다.
여섯 번째 환속했을 때
아내가 방탕한 생활을 하고,
추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고
몸은 무상하고 집착할 만한 것은 없음을 진심으로 깨닫고는
마지막으로 출가하여 수행 끝에 아라한과를 증득합니다.
찟따핫타야말로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출가한 찟따핫타였지만,
그렇게 오락가락하면서 어깨너머로 수행을 배우고,
공부를 한 것이 조금씩 선근공덕으로 쌓이다 보니
결국 깨달음의 씨앗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높은 근기들이 행하는
고난도의 수행을 못한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 불법의 씨앗을 심고, 법문을 듣고,
불서도 읽으면서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의
자연스러운 불법인연의 씨앗을 키워가시면 됩니다.
그러니 법화경에서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부처님의 형상을 그리기만 해도
깨달음의 씨앗을 심는 것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수행과 공부,
그것이 평범하다고 결코
부족한 것이라고는 여기지 마십시오.
그 공부가 쌓여 결국 깨달음의 씨앗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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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