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흘러야 제 맛이 나지
고여 있는 물은
맑은 영혼을 간직하지 못합니다.
세상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연 따라 잘 흘러 흘러가야지
자꾸 어딘가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고정되어 늘 그대로이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연이란 변하는 것을 생명으로 합니다.
세상은 변하는 것을 그 속성으로 하지요.
제행무상이라지 않던가요.
무상이라는 것,
변화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인연의 흐름인 변화를 거부하고
딱 붙잡으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법계의 순환이 막히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 몸에 혈액들도 계속 흘러야 하고,
대지의 물 또한 계곡으로 시내로 강으로 바다로 계속 흘러야지
어느 한 곳에 머물게 되면
몸에도 이상이 오고, 물 또한 썩어들게 마련입니다.
세상 이치가 그래요.
물 흐르듯 내맡기고 흘러 흘러 가야 하는 거지요.
우리 마음도 이처럼 흘러 흘러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마음이란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이리로 저리로 옮겨 다닌단 말입니다.
마음은 날뛰는 원숭이와 같아서
잠시라도 가만 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항상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지요.
이 머무르지 않는 흐름에
온전히 내맡기고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머물지 않고 날뛰는 이 마음을
잘 지켜본다는 것은
한시도 머무르지 않고
그 변화에 내맡기고 흐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이 머물지 않고 늘 변화하니,
그 변화하는 마음을 관한다는 것은 '머무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을 내더라도 이처럼 머무르지 않아야 합니다.
머무르지 않으려면 잘 관할 수 있어야 하지요.
지켜보지 못하면
원숭이처럼 날뛰는 마음에 휘둘리게 됩니다.
잘 지켜보아야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흐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온전히 깨어있으면서 머물지 않는 것이지요.
마음 낼 것 다 내고도
잘 지켜볼 수 있다면 머무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늘 함께 따라 흐르세요.
바르게 관찰하면서
그저 이 변화의 흐름에 내맡기고 함께 흐르면 되는 것 입니다.
--- 법상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