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음4월8일, 초파일 법어)
난타가 피운 한 잔의 기름 등은 오늘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피운 과거의 등불도
오늘도 밝게 빛나고 미래에도 빛날 것입니다.
허공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으며 청정무구한
우리들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등불은
삼라만상을 밝게 비추니
칠흑 같은 어둠은 사라지고 환희의 새계가 열리고 있습니다.
만문억호(萬門億戶)에 걸린 연등이 너울너울 춤추고 호접은
꽃밭으로 달려가는데 꾀꼬리 풍악이 속진을 녹입니다.
생일을 맞은 부처님보다 뭇 중생이 더욱 즐겁습니다.
본래 부처님이 중생 위해 사바에 오셨으니
중생이 즐거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요,
부처님도 중생으로 와서 부처 되었으니
오늘은 중생들의 생일입니다.
이는 곧 중생이 부처라는 말이요,
천지일근, 만물일체로서 일체중생은 평등하고 존귀한 것입니다.
일체가 평등하면 대보살이 항아리 속에 앉아 있어도
바람 탄배가 만리창파를 헤쳐가듯
평화와 자유가 공존하는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팔만대장경 속의 부처님 말씀 전체가
평등,평화 그리고 자유가 그 요체입니다.
허망한 꿈속에 꿈틀거리는
개체의 욕망과 거짓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너와 내가 형제 되어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재물이 있는 사람도 재물이 없는 사람도,
권력이 있는 사람도 권력이 없는 사람도,
사월이라 초파일!!!
우리들의 생일을 맞이하여
모두가 감로수에 흠뻑 젖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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