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뭔가를 볼 때에는 눈을 통해 보는 것 같은데,
반야심경의 ‘눈이 없다’는 말씀을 이해 못하겠습니다.
< 답변 >
주재자(主宰者)가 없소. 심리적 물리적 모든 작용은 짓는 자가 없는 거요.
만법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지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소.
지수화풍 사대(四大)가 몽땅 비었다고 했으니 그러면 이 육신은 뭐요? · · · ·
없는 거요. 눈, 귀, 코, 혀, 몸, 뜻이 다 없다는 소리요.
육근(六根)이 없고 그 가 상대하는 육진(六塵)이 없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본다, 듣는다는 말은 전부 환상이오.
굳이 말한다면 보기는 보는데 마치 꿈속에서 갑이 을을 보듯 그렇게 보는 거요.
제가 그렇게 지어놓고 누가 누구를 본다고 그러는 거요 지금.
옛 고인이
“그대 앞에 만약 산이 있으면 산이 그대를 현혹하리라”고 했소.
만법이 성품이 없으니 보는 것도 보이는 것도 체성이 없는 거요.
서로 마주보는 모든 법이 다 빈 거요.
그래서 모든 법의 성품, 즉 법성(法性)은 허공성이라고 하는 거요.
이 육신을 포함한 모든 법이 인연이 가짜로 어울러서 된 거요.
그 어떤 것도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소리요. 모든 게 참된 하나뿐인 이 법계를
등지면 모두가 그렇게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요.
여러분의 본래 몸, 법성신(法性身)은 까딱한 조짐도 없소.
법성신이라는 거울에 비친 그림자가, 봤더니 이렇고 들었더니 이렇고 하면서
헛것이 헛것을 보며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요.
전부 내 마음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요.
어두움이 본래 스스로 어두움이 될 수가 없소. 밝음도 스스로 밝음이 될 수 없소.
사람이 어두움이라 짓고, 사람이 밝음이라 지어서
비로소 어두움이 되고 밝음이 되는거요.
그와 같이 사람의 마음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세워지는 법은 없는 거요.
여러분의 본래 마음은 항상 환히 비추면서도 비추는 자취가 없소.
거울이 사물을 비추는데 전혀 공력을 들이지 않듯이 그렇게,
비춘다는 생각 없이 그냥 비추는 거요.
그런데 그 사이에 난 데 없이 ‘나’란 놈이 끼어들어 ‘내가 본 바’,
‘내가 들은 바’가 생기면 그때부터 장애가 생기고 번뇌, 갈등이 생기는 거요
- 대우거사님 / 가산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