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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발원문

화두로 경계에 대처하는 길

작성자자비심|작성시간13.02.20|조회수15 목록 댓글 0

화두는 마음의 경계를 허무는 지혜의 검이다

 

육체적 생사보다 중요한 게 마음의 생사다. 마음의 생사란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면서 경계를 나누고 분별하면서 자신과 세상을 한계 지우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화두는 이러한 생사심(生死心)을 단칼에 잘라내는 지혜의 검이다. 화두를 또렷또렷하게 들면, 요동치듯 생멸하는 마음이 물러나 고요한 평화에 잠긴다.

 

우리들의 일상사는 역순 경계(逆順境界)의 바람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좋고 싫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얻고 잃어버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편하고 괴롭고, 기쁘고 슬프고 등등 여러 가지 경계에 접하면서 파도에 흔들리는 나룻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간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러한 경계에 끄달리면서 산다는 것이다. 경계를 나누는 것도 부족해 그러한 경계에 집착하여 한없이 그 생각 속에 매여 벗어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역경계(逆境界)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가로막거나 원하지 않는 사태가 전개되는 현상이다. 그 결과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른다. 영보고 싶지 않은 시어머니나 며느리, 직장 상사나 직장 동료를 보는 것도 역경계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러면서 또 그 위에 갖가지 생각을 지어가고 괴로워한다.

 

순경계(順境界)란 자신의 뜻에 맞는 상황에 마주치는 것이다. 보고 싶은 친구와 연인을 만나고 구입한 아파트나 주식이 폭등하는 상황이다. 여하튼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전개되어 기분이 참 좋다. 그러나 기분 좋은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그 좋은 기분에 도취되어 자꾸만 그 들뜬 기분이 마음을 사로잡아 현실에 깨어 있지 못하게 한다.

 

역경계를 만났을 때 그 괴로운 상황에 계속 파묻히다 보면 공부를 놓친다. 경계에 현혹되어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화를 내고 싸우는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통은 가중되고 힘겨운 인생살이가 될 수밖에 없다.

 

순경계도 마찬가지다. 좋아하여 거기에 달라붙으면 정신이 팔린다. 이렇게 순경계는 기분이 좋긴 하지만, 거기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그 대상에 자신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순경계는 극복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순경계에 접하면 그 상황에 자석처럼, 어쩌면 무모한 불나방처럼 속절없이 붙들려가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빠져나가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순경계는 역경계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흔히 주변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본다.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것은 순경계가 역경계로 변한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경계에 직면할 때, 경계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경계를 오히려 수행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면서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 순리다.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마음을 돌리고 길들이는 수행으로 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다음의 문구를 잘 새겨 보자.

 

“일이 눈앞에 이르렀을 때, 역(逆)한 것이든 순(順)한 것이든 집착하지 마라. 집착하면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이렇게 역순경계에 끄달리지 않으려면, 그 올라오는 마음에다 화두를 들어야 한다. 경계에 부딪혀 올라오는 마음자리에다 화두를 들면 적어도 경계에 속아 붙들려가지 않는 법이다.

 

어렵고 괴로운 일, 기쁘고 좋은 일 등 어떤 경계에 직면하더라도 화두를 빈틈없이 드는 것이 살길이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화두를 들고 있으면 그 상황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조건과 상황이 변하면 평상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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